2023/01 27

면앙정의 가을

벌써 여러 차례 포스팅했던 #면앙정 한여름과 초봄의 사진을 올렸었다. 마침 기회가 닿아서 가을철에 찾았던 면앙정 단풍이 절정은 아니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가을의 면앙정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옛 선현들의 자취는 걸려 있는 편액의 글로 남았지만 정자에 올랐을 면앙정과 묵객들의 추심은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면앙정 주변의 단풍나무는 그만큼 수령이 되어 보이지도 않고 노란 물이 채 들지 않은 노거수인 참나무인들 알까? 절정에 이르지 아니한 단풍이 어쩌면 그 시절과 같을까? 집에 돌아가면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외워야 했던 면앙정가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면앙정기 https://milvus-migrans.tistory.com/15712980

뒤늦게 올리는 내장산 단풍

42년 만에 다시 찾았던 내장산 고향 가는 길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어머님, 아버님 살아계셨을 때는 중간에 어디를 들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출발하면 지금 어디쯤이냐 계속 전화를 하셨으니... 별로 먼 거리가 아닌데도 아이들이 집에 온다 하면 지금 어디쯤 왔는지, 안전하게 오고 있는지 나조차도 걱정이 되니 장거리 운전을 하고 고향에 가는 내가 부모님은 걱정이 되셨음 직도 하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도 조금 늦었고 고속도로도 많이 밀려서 내장산공용터미널 근처에 도착한 시간도 오후 3시가 거의 다 되었다. 식당에서 점심을 부리나케 먹고 단풍터널을 향했다. 40여 년 전 동생들과 계곡에 텐트를 치고 자고 다음날 일찍 불영봉, 서래봉에 올라 능선을 따라 백양사로 넘어가려 했던 계획이 정상 능선을 가득..

꽃을 피운 다육이 녹탑

작년 4월 초 떨어진 곁가지를 얻어 심은 다육이 녹탑 자세히 보니 뭔가 달린 것을 알 수 있고 접사를 통해 확인해 보니 녹탑 꽃이다. 길이 2~3cm 정도 되는 것을 화분 한쪽에 꼽아두었더니 20여 일 만에 맨 아래 사진처럼 자랐다. 정종잔만 한 화분에 옮겨 심었는데 넉 달만에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나무모양으로 잘 자라서 마침내 11월에 꽃을 피운 것이다. 작고 연한 녹색의 잎이 얇은 줄기 주변에 빽빽하게 모여 사각탑모양의 배열을 이루고 있다고 원예상들이 녹탑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구글검색으로 알아보니 녹탑은 영명 'Pagoda Mini Jade'라고 부르는 남아프리카 케이프지방이 고향인 학명 'Crassula pyramidalis'에 붙여져야 옳다. 녹탑은 더 넓고 납작하고 얇은 이파리가 겹쳐져서 정말..

천남성 열매

#천남성 십 년 넘게 마당에서 자란 천남성 작년에 수세가 가장 왕성해 보이더니 빨갛게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맺었다. 사약으로 쓸 만큼 독성이 강해서 먹으면 절대 안 되지만 이렇게 빨갛게 익은 적이 없어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한 포기가 자라서 2세가 작년에 처음으로 꽃을 피웠으니 잘 익은 천남성 열매가 떨어지만 올해부터 여러 개체들이 태어나겠다.

추월산 보리암 번개

작년 가을 찾았던 추월산 보리암 지금쯤 눈 덮인 추월산은 또 다른 자태를 보일 텐데 고향에 갔던 길에 민물매운탕이나 먹자고 찾았다가 먼발치에서 보았던 추월산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냥 밥만 먹고 올 수는 없었다. 등산을 위한 아무런 준비 없이 기모 청바지에 바닥이 미끄러운 단화로 오른 담양 추월산 보리암 이제 막 들기 시작한 단풍을 감상하며 쉬면서 오른 길이었지만 바닥이 미끄런운 단화차림으로는 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다. 비록 높지 않아서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미끄러운 흙길과 계단에 덮인 낙엽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이 안보이도록 빽빽한 숲길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헐떡이며 오르니 눈앞에 펼쳐진 넓은 시야 거대한 비단뱀처럼 이골 저 골에 파란 물을 드리운 담양댐도 한눈에 들..

좁쌀풀 꽃

멀리서 보면 작고 동그란 꽃보오리가 좁쌀처럼 보인다고 좁쌀풀이다. 지금은 조의 재배농가가 흔치 않지만 60~70년대에는 밭작물로 많이 재배했었다. 조이삭을 수확하여 좁쌀을 만들어 좁쌀밥을 해 먹거나 떡에 넣거나 막걸리를 빚는데 썼다. 제주에서는 좁쌀로 만든 오메기떡, 오메기술이 향토음식이 되었다. 밀주단속이 심하던 60년대에는 설명절에 쓸 막걸리도 몰래 담그셔서 어떻게 밀주를 만드는지 어린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나무청 속에나 광의 마루 밑 구덩이에 숨겨두었던 술독을 머리에 이고 십리를 내달리던 어머님의 뒷모습을 기억할 뿐. 70년대에 들어서 밀주단속이 풀리고 설에 쓸 막걸리를 빚기 위해 찹쌀과 좁쌀을 섞어 술밥을 지어 뒤꼍(집뒤)에 대나무발을 펴고 술밥을 말리면 고슬고슬한 술밥을 한두 주먹 뭉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