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좋은 글 14

봄을 찾다(尋春)

#봄을 찾다.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봄을 보지 못하고 芒鞋遍踏朧頭雲(망혜편답롱두운) 짚신이 다 닳도록 언덕 위의 구름 따라다녔네 歸來偶過梅花下(귀래우과매화하) 허탕 치고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봄은 이미 매화가지 위에 한껏 와 있었네. - 송(宋)나라 니승(尼僧) - 중국 송나라의 이름 모를 어느 스님의 오도송이라고 알려진 시다. 정작 집안에 봄이 와 있는 줄 모르고 멀리 봄을 찾아 멀리 헤매지 말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멀리 남쪽 고향으로 가 있다.

채송화

#채송화 - 구명숙 - 갈라진 길바닥 틈새에 꽃 한 송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독한 시멘트 길바닥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흙바람 속에서 내민 어여쁜 목숨의 손. 혹독한 상처를 끌어안고 진주빛 별을 가슴에 심은 초록 눈길이 품속처럼 따사롭다. 세상을 이기고 홀로 조용히 빛나는 너의 웃음꽃 송이가. 옛날 그리도 흔했던 꽃 시멘트 길바닥 틈새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