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구간
가까운 사람들과 걸으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구간의 일부를 걸었습니다.
전직작 퇴임자 모임의 연세가 지긋한 몇 분들을 위해
정복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산행길을 선택한 것이죠.
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코스는 가서구 가양역에서 구파발역에 이르는
총 16.6km 약 6시간 10분이 소요되는 구간입니다.
이번에 걸었던 길은 그 중 약 1/3정도 구간으로
6호선 증산역에서 출발하여 증산체육공원, 봉산을 거쳐 구산역으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새로 정비해 놓은 잘 닦여진 길을 따라 낮은 오르내림이 이어집니다.
걸으면서 긴 시간을 얘기를 해도 숨을 고르는데 큰 지장이 없는 곳이라
단체 산행시 그저 앞만 보고 오르는 전투적인 모드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지요.
도도 중간 중간에 세워진 이정표와 경로지도를 보며
위치를 가늠해보고
이정표 | 경로지도 |
때로는 잡목 숲 사이의 소로를 걷기도 하고
중간 중간에 만들어 놓은 쉼터 정자들이 많은 곳이니
걷는 시간은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모임이라 해도
모이는 주에 무슨 일이 생기면 두 달이고 석 달이고 후딱 지나가는 탓에
만나면 무슨 할 말들이 많아지는지...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잔소리가 느는 거라고 하나요.
낮은 구릉지 산을 몇번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마지막 오름에 봉산에 도착합니다.
서울 주변에는 과거 왕조시대에 통신수단으로 봉화불을 피워 올리던 곳들이
여기저기 많습니다.
봉산도 그들 중에 하나로 두 기의 봉화대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짙은 스모그로 인해 희미하지만 봉산 정상에 서면
북한산의 서쪽 사면이 한눈에 듭니다.
비록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사방이 탁 트인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봉산을 내려와 구산역에 이르기까지 약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중간에 쉼이 없이 걷기만 한다면 한 시간 반도 채 안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은퇴자들 모임이라
쉴자리 다 쉬고, 할 얘기 다 하고도
그러고도 점심을 먹는 뒤풀이장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말 그대로 산행보다는 막걸리와 이야기에 더 굶주린 사이인가 봅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걸으면서 해묵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래도 오름과 내림이 있는 산길을 걷는 운동효과를 줄 수 있는 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구간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