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태종대 일별

가루라 2017. 2. 10. 01:04

친구 아들의 결혼식 참석차 다시 찾은 부산

식이 일요일 오전 이른 시간이어서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해운대에 잡아놓은 숙소에 체크인 하기 전에 먼저 들른 태종대

44년전에도 해운대 여관에 방을 잡고 태종대와 용두산공원을 둘러봤던 생각이 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결과가 좋지 않았던 부산행이어서

태종대의 추억은 기억 저편에 완전히 사라져버렸던 것인지

어디가 어딘지 전혀 알 수가 없네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면

시간이 없는 여행자는 유람선을 탈 것인지, 다누비열차를 탈 것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이번에는 일단 내려다보는 풍광을 즐기려합니다.

예전에 없던 의료지원단참전기념비를 지나고

30분을 기다려 다누비열차로 전망대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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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지원단참전기념비 

다누비열차 

전망대 


아찔한 절벽 위에 선 전망대

발 아래에는 쪽빛 바닷물을 시원하게 가르는 유람선이 지나고

너럭바위 위에는 갯바위 낚시꾼들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태종대 건너편에 우뚝 선 바위섬 생도

마치 축소판 알카트라스섬처럼 외로워 보이네요.

생도 

전망대 밑 너럭바위 

전망대 앞바다를 분주히 오가는 배들


늦은 오후 햇살은 스모그에 덮힌 수면에 가득하고

멀리 부산항 접안을 대기 중인 큰 배들은 졸고 있는듯 아스라히 보입니다.

이 곳 역시 더 이상 물고기를 잡지 않고

유람선에서 던져지는 새우깡에 기대어 사는 갈매기 떼가 많은가 봅니다.

전망대에서 몇 분만 걸으면 영도등대와 자연사박물,

그리고 신선암과 망부석암으로 이루어진 태종대에 도달합니다.

영도등대로 내려 가는 길

해기사 명예의 전당도 만들어져 있네요.

영도등대와 그 아래 배모양으로 세워진 자연사박물관이 보입니다.

망부석암(望夫石岩)을 면하고 운동장처럼 넓은 신선암(神仙岩) 위에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영도의 동남쪽 끝자락 해안선 뒤로

멀리 오륙도와 오륙도 SK스카이뷰아파트가 보입니다.

오륙도스카이워크를 줌으로 당겨서 담아보니

바로 옆의 아파트와 저멀리 보이는 해운대까지

해안선의 스카이라인을 인간이 만든 구조물로 가득채워 놓았네요.

암반에 넘실대는 파도 

오륙도스카이워크와 SK스카이뷰APT 


자연경관은 이렇듯 울긋불긋한 절벽과

절벽만큼이나 높게 솟은 등대가 어우러지게

인공구조물을 최소화한 경관으로 보존되어야만 합니다.

여러 각도에서 영도등대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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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에서 본 등대 

아래에서 본 등대 

신선암에서 본 등대 


절벽에 위태롭게 달려 있는 "무한의 빛"이라는 조형물도

어찌보면 좀 쌩뚱맞게 보입니다.

가뜩이나 깍아지른듯한 바위절벽에 곤두서 있는 신경을 찌르는듯

날카로운 바늘모양의 조형물은 아무리 빛을 상징한다 해도

불쾌한 느낌을 받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기를 바래봅니다.

잔뜩 흐린 남서쪽 하늘과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태종대를 실루엣으로 이리저리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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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 

신선암

태종대 

망부석암 


신라 태종무열왕 사후(射候)의 장소였다 하여 태종대라 부르는데

저는 지금까지는 이 지명밖에 몰랐네요.

앞의 넓은 바위를 신선이 놀았다 하여 신선대(神仙臺) 또는 신선암(神仙岩)

뒤쪽 편평한 바위 위에 촛대처럼 우뚝 솟은 바위가 있는 것을 망부석암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이 곳 태종대의 암반은 무지개떡처럼 켜켜히 쌓인 퇴적암지대입니다.

녹색, 흰색, 붉은색의 겹겹이 쌓인 층리와 슬럼프구조에 따라

그 층리가 휘어지고 단층을 이루어

한 폭의 넓고 아름다운 수묵화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쩌면 이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을 하고 놀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선암과 망부석암 사이를 보면

빠져나갈 길 없는 축소판 그랜드캐년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신선암 표면은 중대병력이 너끈히 들어설 수 있을 만큼이나 넓습니다.

주말을 맞아 많은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기를 쓰고 다시 올라가야 할 계단을 내려와 이 곳에 가득합니다.

태종대의 다양한 암벽의 무늬들을 훑어 봅니다.

태종대는 퇴적암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특징을 보여주는 보고이기도 합니다.

마그마가 만들어 놓은 구상혼펠스 

퇴적암의 아름다운 층리 무늬 


아름다움에 취해 연신 셧터를 누르고, 주변을 둘러 보지만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계속 여기에 머무를 수만은 없습니다.

부산에 사는 지인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려면

서둘러서 해운대로 이동해야만 해서 입니다.

올라 오는 길에 담은 영도등대

미끈한 인어와 하얀 영도등대가 멋지게 어울립니다.

등대를 오르내리는 길

통로 

계단


아쉬운 마음을 태종대에 내려놓고

영도등대에서 다시한번 담아 봅니다.

영도등대 위에서 담은 태종대와 무한의 빛 조형물

그 뒤로 보이는 SEE & SEA 갤러리와 해양문화야외공연장

태종대를 제대로 알려면

유람선을 타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까지 해봐야겠죠?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돌아서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쉽기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