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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제의 회상

가루라 2015. 9. 11. 00:26

옛 기억을 찾아 대야제(大野堤)의 반영을 담았습니다.

어린시절 우리는 이 저수지를 생룡저수지라 불렀습니다.

인근에 생룡(生龍)부락이 있어서 그리 불렀었나 봅니다.

마을 이름은 후백제 견훤의 생가가 있었다는데에서 유래했다네요.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버린 나라였던 후백제의 역사는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왕조의 시각에서 씌여졌던 탓인지

그리 정확하지는 않나 봅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지금의 문경 가은읍에서 태어난 것으로 기술하고 있으나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광주(光州) 북촌 어느 마을에서

지렁이가 현신한 인간에 의해 잉태되었다는 탄생설화가 실려 있습니다.

그곳이 생룡부락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야제의 반영>

60년대 저수지 둑방들은 왜 그렇게 취약했었는지

큰 비만 오면 저수지 둑 터진다 관사 내의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었습니다.

그것도 어린 제가 꼭 졸음이 쏟아지는 초저녁 때에...

그래서 어머님은 제 볼을 꼬집으시며 절대 잠들면 안된다 다짐에 다짐을 하곤 하셨지요.

그 시절에 지금보다 더 많은 비가 쏟아졌던 것일까요?

큰 물이 지면 저수지 둑방을 지키던 짚단만한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느라

저수지 둑에 구멍이 생겨서 저수지가 터진다는 것이었죠.

 

수면에 비친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용이 보이나요?

<제방과 제방 끝 용문사>

대야제는 만수위 면적이 40,000평이나 되니 결코 작은 저수지는 아닙니다.

그 저수지의 물이 터지면 저수지 둑방 약 2km 아래에 있는

지산초등학교와 인근 지야리가 물에 휩쓸려 모두 떠내려가버릴거라고

다들 두려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인지

인근에는 전설의 동물 용(龍)이 들어가는 지명이나 흔적이 많습니다. 

금성범씨의 집성촌인 생룡(生龍)과 그들의 재실인 용호제(龍湖齊)가 있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고 유허비만 남은 복룡사(伏龍寺), 생룡동성지(生龍洞聖地), 현재의 용문사

그리고 인근 부락의 이름도 용전(龍田)이었습니다.

견훤의 탄생설화에 비추어 보면

하늘을 날으는 용이 아니라

땅 속을 기어다니는 토룡(土龍)과 관련된 지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산으로 간 오리배 : 광주패밀리랜드>

저수지 건너편 골짜기 안에는 광주패밀리랜드가 들어서 있습니다.

 50년도 넘은 세월이 지나 다시 선 제방 길

멀리 보이는 한재산은 그대로인데 들판은 많이 바뀌었네요.

왼쪽 어디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산초등학교가 보일텐데

찾아도 그 때 그리도 크게 보였던 교사나 넓게 보였던 운동장조차

이제는 작아 보일테지요.

세월이 벌써 그만큼 익었나 봅니다.

아버님의 손을 잡고 걸었던 이 길을 멀리 돌아서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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