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에서 만난 공작새
머리깃의 모양으로 보아 인도공작으로 보입니다.
처음엔 야생 공작이 어떻게 여기에 사나 깜짝 놀랐습니다.
방해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사진으로 담았지만
왠걸, 이 녀석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지요.
<인도공작>
척삭동물 닭목 꿩과의 조류
학 명 : Pavo cristatus L.
원산지 : 동남아시아
분포지 : 인도, 스리랑카, 인도차이나반도, 미얀마, 말레이반도
영 명 : Indian peafowl, Blue peafowl, Common peacock
이 명 : 월조(越鳥), 남객(南客), 화리(火離)
지구상에 서식하는 공작은 인도공작, 자바공작(P. muticus) 두 종이 있답니다.
인도공작의 종소명 'cristatus'는
고대라틴어로 'crested peafowl(깃장식있는 공작)'을 뜻합니다.
부채처럼 펼 수 있을 만큼 크고 긴 꽁지깃은 보이지 않지만
얼굴과 벼슬, 청동색 가슴털 등등
공작이 틀림없었습니다.
Peacock으로 통칭되는 공작 수컷에게 부채모양의 꽁지깃은
암컷을 유혹하는데 유용할지는 몰라도
다른 측면에 있어서는 그다지 유용한 점을 발견할 수 없고
심지어 천적의 눈에 쉽게 띄어서 종을 보존하는대 절대적으로 불리하게만 보이지요.
진화론자들의 시선으로 볼 때는
종을 보존하는데 불리함에도 꽁지깃을 부채모양으로 펼치는 수컷의 화려한 전략은
수세기 동안 연구대상이었었지요.
그것이 다윈에 의해 '성선택'의 산물로 설명되었지만
여전히 그것만으로는 그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는 설이 대립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수컷은 멀리 날지 못하도록 꽁지깃을 잘라버린 것인지
상징인 꽁지깃은 보이지가 않네요.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튼 것일까요?
손에 든 과자를 대차게 나꿔채갑니다.
그리고는 비어 있는 과자통을 흔들어 보이지만
미련이 남는지 자리를 뜨지 않네요.
할 수 없이 자리를 뜨는 우리를 따라오기까지 하더니만
더 이상의 먹이를 주지 않자
이내 제 갈 길을 가는군요.
섬의 남서쪽 메타세콰이어길 근처 공예원 옆에서
마침내 남이섬을 홀로 떠돌던 수컷 공작의 근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붕 위에 올라 서서
집 나간 수컷을 기다리는 암컷 세마리를 만난 것이지요.
이 곳이 공작이 기거하는 집이었나 봅니다.
암컷들간 우애가 좋은 것인지
아님 가출을 밥 먹듯 하는 수컷으로 인한 상처를 공유하는
동병상련의 심정을 보이는 것인지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다가
다른 암컷의 머리깃을 골라주기까지 하는군요.
맨 앞쪽 이 아이가 본처이고 나머지는 첩실일까요? ㅋㅎ
닭과의 동물이니
공작도 일부다처제겠지요?
언젠가 남이섬에 가면
숲속에서 꽁지깃을 부채모양으로 활짝 핀
수컷 공작을 볼 날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