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가지 하나를 과감히 잘라냈던 매실나무
작년의 강전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유래 없이 많은 매화를 피웠다.
올해는 매실을 제법 딸 수 있으리라고
큰 기대를 했었다.
아버님 살아계실 때는
아버님께서 키우시던 고향집 매실나무에서
해마다 매실을 따오곤 했었지만
돌아가신 후 아무도 관리하지 않으니
매실나무도 고목이 되어버렸고
매실나무 밭에 잡초만 우거져서
고향의 매실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고향집에서 가져다 심은 매실나무는
건강하게 잘 자라서
해마다 많은 꽃을 피우지만
서울에서는 매실을 수확하기가 쉽지 않다.
몇 해 전에 제법 많은 매실을 딴 이후
해마다 꽃이 피는 시기에
눈이 와서 설중매화를 보기는 좋았지만
매실을 따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올해는 4월 초부터 유난히 많은 꽃을 피워서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달콤한 매화의 향기로 사랑을 받았지만
올해도 냉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다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매화에 스마트폰을 들이대곤 했는데...
4월 12일 한밤중에 쏟아진 눈보라에
꽃잎을 다 떨군 매화는
빨간 꽃받침만 꽃처럼 남겼다.
기대했던 매실 수확은
완전히 물 건너갔고
지금은 무성해진 이파리 사이에 숨은
몇 개의 매실이 살을 찌우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