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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시인의 언덕에서

가루라 2014. 12. 3. 20:17

윤동주시인의 언덕에서 시인의 가을을 봅니다.

 

2005년 9월 마침내 4년간의 청운아파트 철거를 마치고

서울시는 이곳에 산책로와 체력단련시설, 노인게이트볼장 등 청운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었죠.

그러다가 청운공원 조성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던 2009년

서울시는 청운공원 팔각정과 야외무대 일대에 시인의언덕을 조성하게됩니다.

누가 이곳을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 이름짓자 했을까요?

보도자료에 의하면 윤동주시인의 문학사상선양회측이 종로구에 제안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시쳇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아마도 윤동주시인의 언덕이 아니었다면

요즈음 같은 썰렁한 계절에 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서성일까?

물론 부암동에 산재된 문화적 문학적 유산들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겠지만...

 

시인 윤동주가 누상동에 머물렀던 것은 불과 몇개월 남짓 

윤동주 시인은 의과를 택하라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희전문 문과에 진학했습니다.

당초 기숙사에 머물렀으나 일제 말기의 식량사정 등으로

학교를 나와 인왕산 자락 누상동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됩니다.

기록에 의하면 윤동주는 누상동 하숙집 체류 시절

연희전문 2년 후배인 정병욱과 함께 식전에 인왕산 중턱까지 산책을 하고

수업이 없는 날은 지금의 충무로, 청계천, 창천동 들판, 을지로 등을 걸으며 시상을 구상했었다고 하지요.

그의 시는 일제치하에서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던 지식인의 모습들이 녹아 있습니다.

1941년 그 동안 쓴 시 19편을 묶어 자필시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3부를 만들어 정병욱과 연희전문 이양하교수에게 각 1부씩을 주지만

몇몇 작품이 일제의 검열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양하의 조언에 따라

출판조차 하지 못합니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몇년 전부터 인터넷과 SNS상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라는 시가 윤동주시인의 것으로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일부는 정용철 또는 작자미상으로 표시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김준엽시인측의 정정 요청에 따라 조사를 마친 '솟대문학' 방귀희 발행인에 따르면

그 시는 보치아 선수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던

뇌성마비 시인 김준엽의 작품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맞는 것 같다는군요.

어쩌면 윤동주 시인 하면 가을로 연상되는 이미지의 덧칠효과로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닐까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위에 인용한 윤동주의 "참회록" 일부가 다시금 생각나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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