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풍경사진

서울에 뜬 쌍무지개

가루라 2014. 11. 30. 23:51

11월의 마지막날 오후

북한산을 감싼 쌍무지개가 떴습니다.

초겨울을 앞둔 늦가을에 무지개라니요...

그것도 이렇게 낮게 뜬 온전한 무지개를 보는 것은

어린 시절 한여름 소나기 끝 넓은 들판에서 본 후 처음입니다.

 

도심 하늘의 무지개는 빛의 산란을 방해하는 많은 건축물들로 인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나 봅니다.

새벽부터 오기 시작한 비가 잠깐 그치고 햇살이 비칠 무렵

창문 밖으로 보여지는 황홀한 쌍무지개에 바로 카메라를 챙겨들었습니다.

백사실 입구 현통사 앞에서 시작한 쌍무지개는

구기터널 앞까지 정확하게 반원의 궤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안쪽 무지개의 반사로 생긴 밖의 무지개는 금방 스러졌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무지개는 하늘이 내려주는 전조로 여겨졌습니다.

성서 창세기편은 대홍수를 겪은 노아의 가족에게 평안과 희망을 전하는 하나님의 약속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백홍관일(白虹貫日)이라 하여

한낮에 무지개가 뜨면

때를 기다리고 있던 물고기가 때를 만나 하늘로 차고 올라 용이 된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소나기가 퍼붓고 나면

개천에서 멀리 떨어진 마당에 미꾸라지들이 기어 다니는 것을 자주 보았는데

지금도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믿을 수 밖에 없는 미스테리한 일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순진하게도 물고기도 이무기도 용이 되어서 승천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었습니다.

서양에서도 무지개는 시, 소설 심지어 노래의 흔한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학창시절 즐겨듣던 Peter, Paul & Mary의 "Gone The Rainbow"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군대에 보내고

사라진 무지개처럼 사랑이 떠나갔다고 그리움을 무지개에 싣고 있습니다.

Earl Grant는 "At the end of a rainbow"라는 노래에서

켈트족 신화에 나오는 레프러하운(Leprechaun : 레프러컨) 요정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무지개가 끝나는 곳에서 그들이 숨겨 놓은 금은보화를 찾을 수 있다고...

부지불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무지개

누구나 언젠가는 볼 수 있다는 희망이 무지개가 주는 메시지인가 봅니다.

 

11월의 마지막날 하늘이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

2014년 마지막 달 12월 초하루를 희망차게 출발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듭니다.

12월에는 레프러하운이 숨겨놓은 금은보화를 찾으러 출발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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