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사라진 복수초와 길냥이

가루라 2020. 3. 2. 00:15

우리집 마당에서 십년 동안 잘 길러서

맨 아래 사진처럼 수세를 크게 키웠던 복수초.

지난 가을 마당에 무단으로 침범했던 길냥이의 무자비한 발길질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는지 올해는 싹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삼사년전부터 담을 넘어 들어온 길냥이 한마리가

마당에 변을 보고 주위의 흙을 파서 그 흔적을 감추곤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는 고양이의 그 습성이

마당의 야생화들에게 위협이 될 것을 내심 걱정했었지요. 

 

이른 봄 일찍 꽃을 피우는 키 작은 야생화들은

여름부터 지상의 몸을 버리고

땅속 뿌리들을 키워갑니다.

가을, 겨울동안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이른 봄 스스로 열을 발산하여 언 땅을 밀고 나오기 위해서지요.

 

풀이나 낙엽이 없는 깨끗한 마른 땅을 찾아 변을 보는 냥이의 습성 때문에

재작년 소중한 깽깽이풀을 잃어버린 후에는

지상물이 없어지면 그 주변에 난지주대를 꼽아서

길냥이의 습격을 막곤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가을 며칠동안 지방에 다녀 오느라 잠깐 방심한 사이

복수초가 있었던 자리가 무참히 파헤쳐진 것을 보고

망연자실했었지요.

며늘아이도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고 있는 데다

아들네가 어디 갈 때면 우리집에 고양이를 맡긴 적도 있어서

특별히 고양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순간 그 도둑고양이, 길냥이놈을 잡아 죽이고 싶도록 미웠습니다.

깽깽이풀과 큰괭이밥 등 그 전에 희생된 것들까지 떠오르며

본노게이지를 한껏 치솟게 만드는 길냥이의 변테러.

 

신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보고

과일껍질로 식초를 만들어 울타리 주변에 뿌리고

화단에도 뿌려 보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담을 넘어와 여전히 변테러를 남기고 갑니다.

 

아끼던 깽깽이풀을 그렇게 잃고 난 후

종자에서 발아된 복수초를 혹시나 하고 두세군데 분산해서 심었었는데

다행히 올해 그 중 한포기가 오롯이 꽃을 피웠습니다.

단 한송이의 복수초라 소중하기 그지 없지만

희생된 떡이 더 커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복수초 개화

 

복수초 꽃대

 

말 못하는 미물인 고양이라 대화로 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더 더욱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지요.

마당에 취미로 키우는 꽃들이

대부분 키가 작고 이른 봄에 피는 아이들이라

이에 대한 위협을 막지 않으면

어쩌면 앞으로 꽃을 보기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혹시 담을 넘어 침입하는 길냥이 퇴치방법을 아시는 분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길냥이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마당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2019년 만개했던 복수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