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접시꽃을 보며

가루라 2021. 9. 14. 02:21

#접시꽃

어린 시절 흔하게 보았던 #접시꽃.

도종환의 시 "접시꽃 당신"으로

접시꽃을 알게 된 세대에게는 생경하겠지만

우리나라의 접시꽃의 기록은 무척 오래되었다.

신라 최치원이 접시꽃을 소재로 쓴 시가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그 연조가 깊다.

고향의 집집마다 심었었던 친숙함때문에

몇 년 전 분홍색 접시꽃 두 포기를 키웠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볼 때

접시꽃은 무지하게 크고

당시의 나를 압도하는 큰 키로 인해

꽃이 내게 주는 위압감이 엄청 컸었다.

성인의 시선으로 보아도 역시

우리 집 마당이 포용하기에는 너무 컸다.

그 이후 다시는 접시꽃을 심지 않는다.

접시꽃의 꽃말은 '평안, 풍요, 야망'이다.

접시꽃은

일부를 인용해보면 

납작하게 익은 열매가 접시를 닮았다고

그렇게 불렀다.

암이 걸린 아내를 안타까워하며 쓴 시인

시인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은

그저 아내를 접시꽃 같다 했을 뿐

누구나 당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을 앞두고

마무리해야 할 것들을 애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모두가 내 입장 같은 시어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일부를 인용해 보면

아래와 같다.

 

중략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한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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