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보름에 대하여

가루라 2022. 2. 16. 01:18

#보름 #보름달 #쥐불놀이 #찰밥서리

정겨운 추억이 가득했던 #보름

어린 시절 기다렸던 보름에 대한 기억

요즈음 아이들은 이런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추억이 없는 노년은 어떨까?

옛날에 아이들은 보름날 불깡통을 만들어

밤새 쥐불놀이를 즐기다가

마지막에는 빙빙 돌리던 불깡통을

하늘 높이 쏘아 올리고 끝내곤 했었다.

나이 든 형들은 열 집의 찰밥을 서리해 먹어야

한 해의 액운이 사라진다고

밤새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어른들이 장독대에 놓아둔 찰밥을

한주먹씩 바가지나 광주리에 담아왔었다.

초저녁에 처마에 걸친 사다리를 타고 올라

처마 틈에 둥지를 튼 참새를 잡아

참새구이를 해서 먹기도 했었다.

농경문화의 유산이라 해도

요즈음은 이미 사라져 버린 보름 풍속.

시골도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인심도 흉흉해져서

서리는 이제 범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보름은 한 달에 한 번씩 뜨는 보름달조차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날이 되어버려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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