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섬백리향처럼 향기롭게

가루라 2022. 10. 3. 17:32

향기가 백리를 간다는 섬백리향

손바닥 가득 묻어 나오는 그 향기가 좋아서

마당에 심었었다.

그러나 마당을 온통 다 덮어버릴 듯한 기세로

빠르게 번져서 부담스러운

울릉도 특산 야생화이다.

바닷가 암벽에 붙어서

그 향기로 안개 속 뱃사람들의 눈이 되어주었다는 전설에

척박한 담장 위로 옮겨 심었다.

담장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백리향의 향기가

골목 저 입구부터 가득 차기를 바라며.

우리 집 앞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이

섬백리향처럼 향기롭게 살기를 바라며.

담장 위에 자라던 늙은 호박을

몰래 따갔던 사람도.

대문 밖에 걸린 으름덩굴의 갓 익은 으름을

몰래 따간 사람도.

모두가 섬백리향의 진한 향기에 취해

남의 것을 탐내는 불량한 태도를 버리고

향기롭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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