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나 냇가의 봄을 알리는 버들강아지
백사실계곡에도 봄이 왔다.
계곡 저 깊은 골에는
아직 얼음이 하얗게 얼어 있는데도
잔뜩 물 오른 갯버들
하얀 솜털이 피어 붉고 노란 꽃을 피웠다.
빽빽한 솜털 속 그 어디에 꼴이 있을까 싶은데도
꿀벌들은 꿀과 꽃가루를 따느라 부산하다.
정식 명칭은 갯버들이지만
우리 또래에 더 친숙한 이름 버들강아지
솜털이 보송보송한 꽃눈이
마치 복실 강아지를 보드는 부드러워서
그렇게 불렀을까?
갯버들에 물이 오르면
아직 꽃이 피기 직전의 꽃눈을 따서
한 움큼 입안에 넣고 씹으면
상큼한 새봄 냄새와 달콤한 물이
입에 고이곤 해서
어린 시절에 아이들과 냇가에서 놀다가
따먹었던 생각이 난다.
버들강아지로 입안에 갈증이 어느 정도 가시면
갯버들 가지를 꺾어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기도 했다.
물이 오른 갯버들 가지의 밑부분 껍질을
두세 갈래로 조금 찢어 벗겨서
줄기에 감고 엄지와 검지로 이를 잡고 돌리면
껍질과 하얀 줄기가 분리되었다.
하얀 줄기를 빼내면 속이 빈 껍질이 남는데
분리된 껍질의 아랫부분을 납작하게 눌러
앞니로 겉껍질을 살짝 벗기면
버들피리의 떨판이 만들어졌다.
주머니칼이 있으면 구멍까지 내어
정교한 버들피리를 만들 수 있었다.
껍질이 벗겨지고 하얗게 남은 줄기의 겉은
달콤한 물이 흘렀던 갯버들은
어린 시절 아이들의 갈증해소와 놀이용 도구로
사랑받았던 추억이 오롯하다.
바쁜 도시인들에게는
봄은 그저 보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옛날 시골 아이들에게 봄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봄 속에 들어가 봄을 즐기는 것이 봄이었다.
그래서 봄을 상징하는 가장 친숙한 것은
버들강아지, 갯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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