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도봉산의 적막을 깨뜨리는 요란한 나무 쪼는 소리에
그 진원지를 찾아 보았습니다.
소리가 하도 커서 탐방소에서 스피커로 내보내는 방송인줄 알았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이 도봉산 국립공원생태탐방연수원 바로 옆이기도 했구요.
그러나 아무리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아도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와는 달랐습니다.
소리가 그쳤을 때 스피커에서 나는 전기적 신호음도 없고
어디에서도 매달린 스피커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약 20여m 높이의 아카시나무에 붙어 있는 새까만 큰 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처음 보는 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제242호 까막딱따구리였습니다.
<까막딱따구리>
척추동물 딱따구리목 딱따구리과의 조류
학 명 : Dryocopus martius (Linnaeus, 1758)
분포지 : 한국, 아시아 북부, 유럽
서식지 : 자연혼합림지대의 오래된 큰 나무가 무성한 곳
영 명 : Black Woodpecker
<까막딱따구리 암컷>
딱따구리 종류 중 비교적 작은 오색딱따구리는 흔하게 볼 수 있고
그 외 쇠딱따구리, 청딱따구리도 보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될만큼 개체수가 줄었다는 까막딱따구리를
서울 도심 숲에서 볼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광릉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후 자취를 감추었다는 크낙새 이야기를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학창시절의 기억으로는
천연기념물인 조류는 적어도 사람 손을 덜 타는 광릉수목원이나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국생종에 수록된 우리나라 서식 딱따구리 7종 중
가장 큰 종이 까막딱따구리입니다.
체장이 46cm에 날개 길이가 25cm로
작은 청딱따구리나, 쇠딱따구리 등 보다 몸집이 몇배는 더 커서
소리만 들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리 꼭대기에서 뒤통수까지만 붉은 색 깃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암컷인 것 같습니다.
머리에 있는 붉은 깃털로 암수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답니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벌레를 잡는 것이 아니라 둥지를 파고 있었나 봅니다.
봄을 맞아 신방을 준비 중이었던 것일까요?
아무리 높은 나무라 하여도
오가는 등산객이 이렇게 많은 길목에 집을 짓는 것을 보니
도봉산 숲을 제 집쯤으로 여기는 완전한 텃새인 것 같습니다.
모처럼 낮기온이 따뜻한 오늘이 운 좋은 날인지
아니면 까막딱따구리들이 기지개를 켜고 나온 것인지
마당바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먹이 사냥 중인 수컷 한 마리를 또 발견했습니다.
부리 바로 위 이마에서부터 머리꼭대기를 지나
뒤머리까지 광택나는 붉은 깃털이 덮혀 있습니다.
마치 옛날 포교의 머리깃처럼 위엄이 있어 보입니다.
체구도 아침에 탐방소 옆에서 봤던 것보다 더 날씬 하네요.
어두운 숲그늘 나무 밑둥에 붙어서
고목나무 속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조용히 잡아먹고 있습니다.
까막딱따구리는 딱정벌레, 하늘소의 성충이나 유충을 즐겨 먹지만
개미류와 파리류도 잡아 먹습니다.
때로는 나무 열매도 먹구요.
많은 등산객들이 신기한 장면에 발걸음을 멈추고 보고 있는데도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계곡에 대한 믿음 탓인지
전혀 개의치를 않습니다.
화목으로 고목나무를 벌채하는 것을 막았던 덕분일까요?
그 덕분에 까막딱따구리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포스팅을 위해 웹 검색을 해보니
이 아이 이야기와 얼굴들이 많이 실려 있군요.
어두운 숲그늘 역광으로 앉아 있는 아이를 300mm로 담다보니
ISO를 800~1,250까지 올려놓아서 화질이 영 맘에 안듭니다.
머리 속에는 또다시 초망원렌즈에 대한 지름신이 꿈틀댑니다.
그러나 탐조는 아직 제가 원하는 분야가 아니니
당분간은 28~300으로 만족하렵니다.
<까막딱따구리 움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