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鳥類世上

쇠백로의 미꾸라지 사냥

가루라 2016. 7. 8. 00:01

눈이 부실듯 하얀 깃털

강인하게 보이는 검정 부리와 짧은 다리

번식기의 품위를 느끼게 하는 두 가닥의 장식깃

크기만 다를 뿐 백로 우아한 특징은 그대로인 쇠백로.

백로과 조류 중 가장 왜소한

쇠백로의 독특한 사냥기술을 소개합니다.

 

<쇠백로>

척추동물 황새목 백로과의 조류

학   명 : Egretta garzetta Linnaeus,

서식지 : 논, 못, 강, 하구, 습지, 갯벌, 해안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하이난섬, 태국, 미얀마, 인도차이나, 인도, 남유럽, 아프리카

영   명 : Little egret

 

<실이끼 사이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올린 쇠백로>

백로과 새들이 가장 즐겨 찾는 사냥터는

수중보 주변입니다.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쇠백로 등

목이 긴 백로들은 수중보를 넘기위해 뛰어 오르는 물고기들을

길고 용수철처럼 유연한 목으로 공중에서 손 쉽게 나꿔챕니다.

게다가 무넘이둑의 편평하고 얕은 수면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간단하게 잡을 수도 있어서

수중보 주변은 늘 백로과 새들로 붐빕니다.

 

<발로 물고기몰이 중인 쇠백로>

키가 크고 목이 긴 백로들은

일반적인 하천이나 논의 물 속을 성큼 성큼 걸으며 물고기를 잡습니다.


그러나 키가 작은 쇠백로는 독특한 물고기 사냥술을 씁니다.

물론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중대백로도

동일한 방식의 사냥법을 쓰기도 하지만

어쩌면 쇠백로는 불리한 신체적 조건을 극복한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개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얕은 냇가를 깡충깡충 뛰면서 재빠른 동작으로 물고기를 잡기도 하지만

물 속 또는 물가 수초 사이에 발을 집어 넣고

휘휘 저어서 물고기를 몰거나 움직이게 하여 사냥을 하는 것이

쇠백로의 독특한 사냥법이죠.

발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물고기가 있을만한 이끼 사이나 수초 사이를 흔들어

놀란 물고기가 빠져나오면 잽싸게 잡는 것

그것은 좀더 적극적인 사냥을 하는 것이라고 보여지며

그래서 쇠백로를 물고기 사냥전문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백로류 중 사냥기술이 가장 뛰어나다는 겁니다.


늦은 오후 내부순환도로 아래 홍제천에서

쇠백로가 보여주는 처음 보는 방식의 물고기 사냥에 매료되었습니다.

커다란 너럭 바위 옆의 수초 사이를 발로 빠르게 흔들어댑니다.

거기에 따라 쇠백로 다리 주변에는 동심원이 계속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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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탐색 중

물고기 탐색 중

물고기 탐색 중

마침내 이에 놀라 실이끼 사이를 빠져나오는 커다란 미꾸라지를 잡았습니다.

한번에 삼키기는 불가능할 정도로

실이끼가 미꾸라지를 감싸고 있네요.

문득 어린시절 흙으로 쌓아 올린 하천 제방 밑단의 수초 사이에

손을 넣어 물고기를 잡던 것이 생각납니다.

장어, 메기, 붕어, 빠가사리 등등을 그런 방식으로 잡았었습니다.

때로는 수초와 함께 딸려 나온 장어가

수초 때문에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몸부림 치는 것을 막는데

애를 먹곤 했습니다.

 

지금 쇠백로가 딱 그런 상황입니다.

거친 실이끼와 함께 딸려나온 미꾸라지.

실이끼와 뒤엉킨 먹이를 삼킬 수 없는 쇠백로는

부리 안에서 사냥물의 위치를 옮겨가며

물 속에 넣었다 뺏다를 반복합니다.

실이끼와 미꾸라지를 분리하려는 것이지요.

수차례 집요하게 같은 행위를 반복합니다.

그 사이에 부리에서 몇번 구른 미꾸라지는 그로기 상태가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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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이끼 분리 중

실이끼 분리작업

실이끼 분리작업

실이끼 분리작업

지켜보는 내내 혹시 떨어뜨리는게 아닌가,

제가 다 조마조마 했네요.

마침내 미꾸라지의 몸체가 거의 드러날 즈음

갑짜기 부리에서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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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분리작업

미꾸라지 분리작업

달아난 미꾸라지

쇠백로가 미꾸라지를 놓친 것인지

아니면 미꾸라지 스스로 실이끼에서 빠져나오도록

쇠백로가 놓아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쇠백로의 부리에서 지쳐버린 미꾸라지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단번에 잡아 올립니다.

몇 분 동안 실랑이 하던 실이끼를 미꾸라지 스스로 벗어버린 것입니다.

만약에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다잡았던 미꾸라지를 놓아준 것이라면

정말 쇠백로는 머리가 좋은 무서운 사냥꾼임에 틀림없습니다.

체장이 90Cm인 중대백로와

체장 약 61Cm인 쇠백로는 그 크기에 있어서

현저하게 차이가 납니다.

신체적인 조건은 중대백로에 비할 수 없는 흙수저이지만

사냥기술만큼은 백로과 조류 중 가장 으뜸이랍니다.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것.

그것은 속칭 새대가리라고 불리우는

쇠백로도 하는 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탓하는 것은

새대가리보다 못한 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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