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鳥類世上

중대백로의 물고기 사냥

가루라 2016. 6. 27. 23:46

중대백로의 물고기 사냥 장면입니다.

아무리 날고 뛰는 재주가 있는 백로라 해도

깊은 물 속에서 빠른 물고기를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백로는 해질녁 얕은 물을 거슬러 가는 물고기를 노립니다.


물론 백로들은 물가 수초 사이에 발가락을 넣어 고기를 놀라게 뒤흔들고는

수초 밖으로 빠져나오는 물고기를 잽싸게 잡아내기도 합니다.

 

<중대백로>

척추동물 황새목 백조과의 조류
학   명 : Ardea alba Linnaeus, 1758

서식지 : 논, 개울, 하천, 습지

분포지 : 한국, 중국, 일본, 인도차이나, 필리핀

영   명 : Great Egret

그러나 백로, 특히 중백로, 중대백로, 대백로는

조류계의 금수저라할 수 있습니다.

훤칠한 키에 긴다리, 긴 목.

성큼 성큼 걸으며 위에서 내려다 보다가

잽싸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이지요.

키 작은 쇠백로는 수초 사이를 발로 건드려서

수초에서 빠져나가는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갖고 있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는 키 큰 새들은

아무래도 먹이활동에서 유리할 것입니다.

중대백로의 착지

물고기 포획

물 속의 작은 돌 위에 앉은

키 작은 해오라기가

물 속을 오가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꼼짝않고 수면을 지키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날아온 중대백로는

월등한 신체조건을 앞세워 착지하자마자

피래미 수컷을 한마리 낚아 올립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동국이상국집을 낸 고려 명종조의 이규보가 생각납니다.

일설에 의하면

벼슬에 계속 낙방하던 그는 자신의 집 대문에

와이로(蛙利鷺) 유아무와(維我無蛙) 인생지한(人生之恨)이라는 글귀를 써붙였었답니다.

까마귀와 꾀꼬리가 노래시합을 하는데 백로가 심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노래 실력으로는 게임도 안 되는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커녕 개구리만 잡더니

백로에게 개구리를 바치고 꾀꼬리를 이겼다는 우화이지요.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세태를 풍자해서

뇌물을 와이로라고 부르는 유래가 되었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신장조건이 월등한 중대백로는

와이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시쳇말로 조류계의 금수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요즈음 회자되고 있는 금수저 흙수저론은

그 연원이 정말 오래된 이야기지요.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이 일반적인 기준이 되면서

개천에서도 용이 나오곤 했었지만

이젠 그 가치관도 한쪽부터 허물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갓 잡아올린 피래미 수컷을

부리에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기절 시킨 후

통째로 삼켜버리는 중대백로.

사실 중백로, 중대백로, 대백로는

신장의 크기에 의해 구분하는 기준이지만

정확하게 동정하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이 아이는 구각이 눈 뒤편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중대백로라고 보여집니다.

중백로는 눈 바로 아래에서 끝난다네요.

생태사진을 통해서 보는 조류의 생태적 습성

그 속에도 인간 세상의 아취가 묻어 있습니다.

'무위자연 > 鳥類世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쇠백로의 미꾸라지 사냥  (0) 2016.07.08
왜가리  (0) 2016.07.02
해오라기의 사냥  (0) 2016.06.22
참새  (0) 2016.03.24
딱새 수컷  (0)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