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긴 구정연휴 일정 덕분에 30년 죽마고우들 세가족이
친구의 건축 중인 별장 펠루카에 모이다.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매계리 소재
30고지 산비탈에 목포항을 오가는 뱃길을 굽어보는 자리.
친구는 지중해 해안에 빗대어,
그 집을 펠루카(하얀 돛단배)라 부르다.
비록 10여가구 되는 반농반어촌 마을의 풍광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지중해 풍의 하얀 외벽에 붉은 기와를 얹어
나름 세심하게 신경 쓴 친구의 성공적인 노후대책이
35년여만에 튀밥기계에 튀어버린 것처럼 훌쩍 커버린
2세들을 보는 것만큼이나 장대해 보이다.
전후 베이비붐세대인 55년 을미생들의 노후대책에 대한
불안이 80% 가까이 된다는 모일간지의 기사처럼
대기업에서 20여년을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퇴한 후의 노후대책이 그닥 여유롭지 못한 내 현실은
삶의 방식이 너무도 달라져버린 치과의사인 친구와
35년의 세월만큼이나 너무 멀리 돌아 앉아 있다.
해질 무렵 펠루카를 나서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다운 시하바다의 석양과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앉은 목포 구등대를 돌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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