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첫 황금연휴 마지막 날, 상경하려는 아침에서야

Report땜에 주변 관광지를 들러 사진도 찍어야 한다고 우는 상호를 지는 딸네미.

그래, 핑겟김에 오랜만에 소쇄원과 식영정, 송강정이나 들러 올라갈거나 ?

이른 아침 아버님댁을 나서 소쇄원에 이르다.

나보다 일찍나섰는지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 트렁크에 앉아

컵라면을 드시는 가족들로 제법 부산하네.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지곡리 123번지 소재 소쇄원(瀟灑園)

이름 그대로 깨끗하고 시원한 시냇물과 청량한 바람을 뿌리는 아담한 동산

인위적으로 조성된 정원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살려서 원림(園林)이라네.

 

정극인의 상춘곡,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 송순의 면앙정가로 이어지는 가사문화권의

중심에 소쇄원이 있고 바로 근처에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등

유유자적하며 가슴속 깊이 한을 담고 세월을 죽이던

옛 선비들의 손때와 눈물이 서린 정자들이 곳곳에 남아 있네.

 

소쇄처사 양산보는 본시 왕도정치를 추구하던 조광조의 문하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글자형태로 벌레가 파먹었다는

말도 안되는 나뭇잎을 빌미로

훈구파에 의하여 사림(士林)들이 제거되었던 기묘사화에

따르던 스승이 유배, 사사되는 것을 보고

현실정치에 환멸을 느껴, 낙향 은거하기로 하였다네.

그의 부친 양사원이 소쇄정이라는 누정을 짓고 살던 것을 눈여겨 보고는

소쇄원 원림을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하여

그의 손자에 이르기까지 무려 3대 70여년에 걸쳐 축조하였다니

하루 아침에 뚝딱 짓는 요즈음 건축물과는 격이 다르제.

 

무더운 여름날, 대나무 사이에 걸쳐 놓은 평상에 누워 

흐르는 바람 소리와 대나무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

 

김인후, 송순, 정철, 고경명, 기대승, 김성원 등 많은 문인들이 

소쇄원을 드나들며 김인후의 <48영>(소쇄원의 48가지 풍광)

고경명의 <유서석론> 등으로 소쇄원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노래했다네.

소쇄정, 제월당, 광풍각, 대봉대, 매대, 관덕사, 애양단, 석가산 등 인위적인 축조물은 물론

풀, 바람, 꽃, 이끼, 바위, 시냇물, 작은 연못, 폭포, 물고기, 숲, 산새, 물새, 오리등

심지어는 나무를 파서 시냇물을 흘려 보내고 그 위에 술잔을 띠우는 행위(洑流傳盃),

죽림에서 바둑을 두는 행위(床巖對碁),

섬돌길을 유유자적 걷는 행위(脩階散步) 까지도

자연과 어우러져, 절로 감탄하게 만드는 소쇄원을 이루고 있다고 노래했다니

이들은 얼마나 멋드러진 시상의 소유자들인가 ?

 

반면, 밀려 지치고 피곤해질 연휴 마지막 상경길 걱정에 휘돌리어

건성건성, 말 그대로 일별에 그치는 내 자화상이라니....

이 참에 어버님 말씀대로 낙향하여 문중에 종사나 돌보며 살까 ???

벼슬은 못했으니 영낙없는 낫수께나 때지른 김첨지일세 !!!

주려 죽을진데 먹거리 걱정조차도 시어로 풀어내었던 옛 선비들 생각에

갑짜기 가슴이 답답해져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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