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첫번째 황금 연휴를 노부모님과 함께 하기로 얘들과 집사람과 합의하다.

제 나름대로 보내고 싶은 별도의 계획이 있었겠지만

년초부터 병원신세를 자주 질 수 밖에 없으시는 할아버지를 보아온지라

아들 녀석도 흔쾌히 따라나서다.

딱히 어디를 가겠다고 정하지 못하고 광주에 내려갔던 터

목포에서 새로이 개통된 연륙교들을 보고자 하였으나,

임시 개통되었다가 다시 차단되었다기에 신안군 임자도로 낙점하다.

 

예전엔 목포에서 뱃길로 6시간이나 걸리는 섬이었다는데

무안 해제에서 지도까지 연결된 연륙교 덕택에

광주에서 점암 선착장까지 2시간 못미쳐 도착하다.

카페리 철선을 타고 4월 중순에 끝나버린 임자도 튜울립축제의 끝물장과

길이 12Km, 폭 300m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다는 대광리해수욕장에 도착하다.

철이른 해수욕장임에도 많은 가족단위의 관광객들로 인하여

돌아오는 길에 차를 끌고 카페리에 오르기도 버겁다.

갑짜기 쏟아지는 폭우로 인하여 점심 때를 놓치고

광양에 있는 동생네의 안내 덕분에

송도포구에서 시장기와 추위 탓에 맛이 배가되었음직한 우럭매운탕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다.(싱싱한 고깃살로 다들 정말 맛있게 먹다.)

내가 이럴진데 아버님은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꼬! 

 

산안군 관광센터에서 따온 임자도 대광리해주욕장 전경

 

 점암선착장이 내려다 보이는 능선에서 조갑지를 엎어 놓은 듯한 섬들을 보고

꼬리를 물고 정박중인 멍텅구리 어선들도 출어를 위해 샛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대하고. 

 점암 선착장은 흐린 날씨에도 고즈넉하다.

 만선이 된 카페리는 임자도를 향해 힘겨운 뱃고동을 울리고

저 멀리 임자도의 접안 부두가 보이다. 

끝없이 펼쳐진 신안군의 4대 해수욕장중 하나라는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양쪽 끝까지 횡단하는데 도보로 조히 1시간 20분이 소요될만큼 끝이 가물거린다.

자전거로도 30분 이상이 걸린데서 아에 횡단은 포기하다.

 끝물인 튜울립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조차 아스라하다.

 돌아 오는 길에 들린 송도포구, 쏟아지는 빗속에 머리를 맞대고 정박 중인 배들이 정겹다.

 

 멀리 지도와 사암도를 잇는 연륙교도 보이고

쏟아지는 빗속에서도(이날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송도수협 공판장을 가득메운 생선상자들.

유명하다는 임자도 전창포 새우젓은 너무 비싸게 불러 못 사고

아쉬워하는 세 며늘들에게 아버님이 사 주신 낙지젓갈만 들고 오다.

뒤로 보이는 매운탕집. 

점심에 우럭매운탕을 너무 싱싱하고 맛있게 먹었으나

먹다보니 주둥이에서 쏟아져 나온 무수한 낚싯바늘조차도

우럭의 싱싱함을 더 해주는 것이라는 주인 아낙의 언사가 밉지않다. 

식탁에 올라 온 낙지젓갈에 젓가락이 자주 가는 것은

왕복 800km 주행의 부산물인 때문인지, 아버님께서 몸소 사 주신 때문인지 ?

가정의 달 5월,

긴연휴로 인하여 3형제 가족 모두 먼 훗날

연로해지시고 쇠락해지시는 부모님과 함께 했던 기억을 상기할 수 있는 추억거리를

각자 가슴 저편에 간직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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