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장맛비에 속이 녹아버린 것일까 ?
아님, 저 깊은 속까지 젖어 속내를 내비치는걸까 ?
하얀 표피에 다갈색 반점이 있는 초롱꽃이
마치 투명 비닐로 만든 꽃처럼 투명해졌다.
원래 이렇게 육질이 두툼하고 견고해 보이던 초롱꽃
며칠을 두고 오르락 내리락 퍼붓는 장맛비를 고스란히 맞고 서 있더니
맨아래쪽 꽃송이의 주름부분이 약간씩 녹기 시작하는것 같다.
어느 날 저녁무렵 짜잔~하고
아래 사진처럼 속이 훤히 비치는 모습으로 나타나
80년대 후반 강남 나이트의 매혹적인 어우동 물쇼(?)를 보는 것 같다.
아마도 육질은 빗물에 다 녹아 버리고 표피의 섬유질만 남았나 보다.
투명한 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은
마치 이제 막 잡아 올려 펄떡이는 싱싱한 오징어 같기도 하지만
본래의 하얀 꽃과 대비하여 오히려 더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
맺혀 있는 물방울로 보아 초등생 조카가 들고 다니던 투명 비닐우산 같지 않나요 ?
암튼 장맛비 덕분에 경이로운 자연현상을 하나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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