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선개불알풀

가루라 2010. 6. 7. 15:03

<선개불알풀>

너였구나! 푹푹 찌는 그 때 그 한여름철 내 얼굴에 땀을 뚝뚝 떨어지게 만들었던 아이가.

미처 자라지 못한 고추 모종 사이로 솟아난 이름모를 잡초를 뽑아내던 내손에

오뉴월 땡볕에 잡초를 뽑는 불편한 마음으로 무자비하게 뽑혀나갔던 너.

그 때는 몰랐지만 내손에 뽑혀 바짝 말라 죽은지 40여년이 지난 이제야

너의 이름을 알고 부르는구나.

씨앗이 개의 불알을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선개불알풀아 !

 

어린 시절 타는듯한 가뭄에 고추 모종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어머니를 도와 땡볕에도 밭에 나가 제초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턱 밑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과

숨을 턱턱 막는 뜨거운 지열로 고생하게 만드는 잡초를 증오했고

어린 마음에 그저 이 놈들은 왜 태어나서 날 힘들게 하는지 화가 나곤 했었다.

 

뒤늦게 알게 된 얘기지만 잡초도 자랄 수 없는 땅에서는

어떤 곡식도 자랄 수 없다는 걸 몰랐던 게지요.

 

불혹이 이지러질 즈음에야 비로소

이름 없었던 모든 잡초들도 각각 자신의 예쁜 이름을 갖고 있음을 알았고

그들이 각각 토양의 산성화를 막는다든가 하는 등등

자연의 구성원으로써 제각기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나아가 접사를 통해 육안으로는 쉽게 볼 수 없는 작은 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뒤늦게 알게 된 다른 세상에 대한 기쁨을 내게 준다.

 

<선개불알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현삼과의 한두해살이풀

학   명 : Veronica arvensis L.

원산지 : 유라시아 원산의 귀화식물

분포지 : 한국 울릉도 중부 이남,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서식지 : 볕이 잘 드는 풀밭이나 길가, 밭두렁

개화기 : 5~6월

영   명 : Wall Speedwell

이   명 : 선지금, 선봄까치, 선조롱박풀, 개불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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