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차창밖의 가을

가루라 2012. 11. 9. 17:04

실로 오랜 만에 차를 두고 기차로 상경하는 길

가족과 함께 내려가는 길이면

각각의 차비들과 현지에서의 이동시 불편 등을 이유로

그동안 늘 차를 가지고 내려가곤 했다.

그러나

지난 여름 태풍에 쓰러져 산소를 덮친 폐목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위해

홀로 내려간 고향길

일을 무사히 마친 홀가분한 기분

조상님들께 할 도리를 다한 것 같은 충만한 만족감으로 KTX에 탑승

차창밖으로 쏜살처럼 지나치는 가을 풍경조차 유난히 여유롭다.

 

비록 여유로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길이 아니었음에도

전기톱을 가져와 도와주신 매형의 도움으로

사고 없이 쉽게 제거된 소나무 폐목들로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마치 멋진 관광을 하고 귀가하는 것처럼 여유롭다.

 

황금빛 들판은 아직 손을 대지 못한 곳부터

지금 막 추수를 하고 있는 논, 추수를 끝낸 논, 볏단까지 말아 놓은 논 등등

가을 들판의 전형적인 색들로 채색되고

지나치는 마을에서 피어나는 연기조차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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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열 몇시간씩 걸려 덜커덩 거리며 힘겹게 달리던 기차를 탔을 땐

이렇게 창밖 풍경이 빨리 바뀌지 않았지만

어느새 기차는 추수가 끝난 황량한 들판을 가로 지른다.

 

 우리나라에 강이 이렇게 많았던가.

터널을 지나는 고막의 땡기는 압박감이 사라지고나면

철교 위를 달리는 덜커덩거리는 소리

 해는 어느새 서산에 다리를 걸치고

 흐르는 강물 속에 얼굴을 묻는다.

 

 이내 찾아드는 어스름이 들판을 덮고

 

 

 

 도심에도 어둠이 내릴쯤이면 서울에 도착

 KTX의 개통으로 기찻길 여행은 이렇게 빨라졌지만

왠지 개운하지 않은 느낌

옛날 완행열차의 그 추억 어디로 갔어 ?

중간역에 내려 사 먹던 우동이며, 호도과자며, 김밥이며

차장의 호각소리에 허겁지겁 먹던 주전부리의 낙이 어디갔어 ?

KTX가 느릿느릿 즐기던 완행열차의 낭만을 앗아갔다.

낭만이 없는 기차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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