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서울 도심속 비경 수성동계곡을 가다

가루라 2012. 12. 11. 23:38

벌써 20년 가까이 되나 봅니다.

옥인동으로 이사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막 퇴근하려 할 때 책상위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려 또 야근지시인가

시쿤둥하게 받은 수화기 너머로 전해 오는 울음섞인 목소리 

아들 놈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집사람의 전화였습니다.

초등학교 일학년인가 이학년이었던가

유난히 호기심 많았던 꼬맹이는 아파트 살 때와 달랐던 동네 여기저기를 혼자 돌아다녀

집사람을 계속 불안하게 했었습니다.

이렇게 늦은 적이 없었다, 틀림없이 유괴되거나 무슨 변고가 있는게 틀림없다

방방거리는 전화속 아내를 간신히 달래놓고

한달음에 달려가 집 근처를 찾아 헤메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곳은 옥인아파트 맨 안쪽 인왕산계곡

지금 수성동 계곡이라 부르는 계곡에 쪼그려 앉아

도랑치고 가재를 잡는 꼬맹이를 발견했습니다.

화가 나서 야단치는 내게 이 녀석 얼어붙은 손으로 가재를 들어 보이고는

"아빠 이게 서울 가재야, 책에서만 봤는데 서울 아파트 사이에서 어떻게 살지. 내가 잡았어. "

옥인동은 그런 동네였습니다.

<인왕산 정상에서 담은 수성동계곡>

<수성동 계곡과 사모정>

인왕산을 오를 때면 옥인아파트 사이를 지나기도 하고

콘크리트와 철재 난간 밑에 숨겨진 다리 위를 지나며

어떻게 이런 멋진 곳에 아파트를 지었는지 늘 궁금했었습니다.

결국 시유지와 그린녹지를 일부 점유하고 있었던 탓에 공원화계획으로

2007년 12월 철거계획이 확정되고 2009년말부터 철거에 들어가게됩니다.

그 과정에 집을 잃게 된 서러운 이웃들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지금의 서울시 기념물 수성동계곡으로 불리기 전에는

단순히 청운아파트 철거현장에 만들어진 청운공원처럼

공원화계획의 일부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2009년 철계계획 점검과정에서

콘크리트와 철제난간 밑에 숨겨진 돌다리가 발견되었고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중 한폭인 '수성동'에 그려진 기린교로 추정된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이에 따라 서울시 기념물 수성동계곡으로 정하게 되었답니다.

 

아래 작은 사진 좌측은 기린교로 추정되는 돌다리입니다.

물론 고증자료가 부족하여 완전하게 입증되지는 못했답니다. 

깊이 2내지 3미터, 폭 1미터 이내의 너럭바위 사이 계곡위에 소박하게 걸쳐진 돌다리

길이 약 2미터, 폭이 약 70센티미터 정도의 판석을 아무런 장식도 없이 그저 자연스레 걸쳐놓았을 뿐입니다.

당시에는 계곡의 깊이가 더 깊었고 계곡의 수량도 더 많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소박한 다리를 보고 운치를 느껴 화필을 잡았을

겸재의 감흥을 느껴 보려 눈을 감아봅니다.

오른쪽의 겸재의 그림과 돌다리가 걸쳐진 수성동계곡을 번갈아 보며.... 

복원된 기린교 

정선의 그림  '수성동계곡' 

수성동 계곡은

아래 2008년도 인왕산 정상에서 담은 옥인아파트 야경사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인왕산 자락과 인왕스카이웨이의 오메가 안에 포근히 안긴 계곡이라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작은 폭포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계곡을 온통 청량하게 감돌 형세입니다.

수성동(水聲洞)이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게도 말입니다.

옛 사람들의 풍류와 감성에 다시한번 찬사를 보내게 하는 지명입니다.

 

<기린교위에서 담은 수성동 계곡 전경>

<수성동 계곡의 작은 폭포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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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계곡 

인왕산 내린물 

인왕산 내린물 

수성동계곡기린교 전경 

<수성동 계곡 조성전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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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초록색 지붕 옥인아파트

2009년 

옥인아파트 철거당시 사진

2010년 12월 

인왕스카이웨이에 둘러쌓인

옥인아파트 2008년 야경 

<인왕스카이웨이에서 수성동 계곡 진입 전경>

<수성동 계곡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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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사모정 

계곡 아랫쪽 전경 

산책길 

청운공원에서 

목교와 사모정 

<수성동 계곡 안내도>

<인왕산 수성동 계곡 가는 방법>

1)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20m전방 마을버스 탑승 마을버스 종점에서 하차

2)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아래 지도를 따라 도보로 수성동 계곡 이동

1971년 세워진 그들의 아파트 밑에 40년동안 숨겨졌던 도심 속 비경

인왕산 수성동 계곡을 서울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철거과정에서의 아픔도 묻고 표표히 떠난 옥인아파트 철거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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