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독말풀은 처음 보았습니다.
이파리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거치가 있고
꽃은 화심과 끝이 옅은 보라색인 독말풀은 자주 보았었죠.
꽃모양은 독말풀이랑 별 차이가 없지만
훨씬 더 크고 옅은 베이지색에 가까운 흰색의 꽃이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사실 같은 가지과의 소관목인 천사의 나팔(Brugmansia) 꽃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즈음에야
흰독말풀 꽃이 뭐 그리 새롭겠습니까만
이 꽃의 다른 이름이 악마의 트럼펫(Devil's Trumpet)이라니
둘이 서로 대비되지 않나요?
악마는 하늘을 향해 활짝 핀 모양새이고
천사는 땅을 굽어보는 모양새이니 둘간의 극명한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인가 봅니다.
<흰독말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한해살이풀
학 명 : Datula metel L.
원산지 : 열대 아시아
분포지 : 인도, 한국 등
서식지 : 길가, 공터
꽃 말 : 경애
효 용 : 잎을 만다라엽이라 하여 천식, 진통, 진해제로 쓴다.
맹독성식물로 건조한 꽃을 양금화(洋金花), 뿌리를 만다라근, 과실을 만다라자(曼陀蘿子)라하여 약용한다.
다투라속 식물들은 대부분 트로페인 알카로이드(Tropane Alkaloids)라는
극독의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꽃, 뿌리, 잎 등을 한방에서는 약재로 사용하지만
인체는 물론 동물, 애완동물에게도 치명적이어서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답니다.
극소량의 복용만으로도 피부홍반, 두통, 환각, 발작에 심지어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어서
어떤 나라에서는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재배하는 것조차 금지시킬 정도랍니다.
어느 암자 입구에서 만난 흰독말풀은 의미를 갖고 심어 놓은 것인가 봅니다.
보통 약용식물이나 관상용으로 흰독말풀을 심는데
불교에서는 만다라화(曼陀蘿花)라 하여 부처님이 설법을 하거나 깨달음을 얻었을 때
법열(法悅)의 표시로 하늘에서 내리는 귀한 꽃으로 소중히 여긴다니 말입니다.
만다라, 참 듣기만해도 왠지 편안해지는 단어가 아니던가요.
1978년도에 발표되었던 김성동의 소설 '만다라'를 충격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방황하는 영혼들의 삶에는 늘 독소가 끼어 있기 마련이니
흰독말풀이 그런 의미도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통꽃 모양의 꽃이 크고 순백의 색깔이 마음에 와닿는 꽃
저도 종자를 구해서 내년에는 마당에 한번 심어볼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