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질경이 꽃

가루라 2015. 1. 11. 23:35

사람은 물론 소나 말에 밟히고 심지어 수레바퀴에 깔려도 죽지 않는

질기디 질긴 풀이라고 질경이라고 부릅니다.

기다란 꽃줄기를 뽑아 서로 엇걸어 잡아당겨서 끊어지는 사람이 지는 내기를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하곤 했을만큼 놀잇감으로도 친근했던 질경이

그렇지만 그 외에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잡초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이태 전 청옥산 정상에서 거의 30Cm가 넘게 자란 질경이의 꽃줄기에 달린 종자들을

효소로 담그려고 채취하던 친구의 설명으로 질경이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질경이속 식물은 전세계에 약 200여종이 분포할 정도로 흔한 식물입니다.

중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적군에 포위되어 물과 음식 등을 제대로 먹지 못해 혈뇨를 누는 등 곤란에 처한 병사들이

마차를 끌고 가던 말이 이 풀을 뜯어 먹고 맑고 깨끗한 소변을 누는 것을 보고

질경이를 뜯어 먹고 위기를 극복했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마차바퀴 앞에서 발견한 풀이라 하여

전초를 차전초(車前草), 종자를 차전자(車前子), 잎을 차전이라 부른답니다.

특히 차전자는 숙변과 변비를 제거하는 비만치료용 건강식품으로 재조명되고 있어서

요즈음 인터넷 마켓에서도 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질경이>

쌍떡잎식물 질경이목 질경이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Plantago asiatica L.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사할린, 시베리아,동부, 대만, 인도네시아 자바, 말레이시아 등

서식지 : 길가, 빈터 또는 풀밭

효   용 : 어린 잎은 식용한다. 한방에서는 잎(차전), 종자(차전자), 전초(차전초)를 약재로 쓴다.

           차전과 차전자는 이뇨작용이 있어서 설사를 멈추게 하고 간기능을 활성화하며 어지럼증, 두통에 효과가 있다.

           폐열로 인한 해수에도 효과가 있다.

           차전초는 신우신염, 방광염, 요로염에 사용한다.

비포장 시골길을 가다 보면

자동차나 경운기의 차폭만큼 바퀴가 굴러다니는 두줄의 맨땅을 제외하고

잡초가 무성한 양옆과 가운데 풀들 틈에서 어김없이 질경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럴만큼 너무 흔해서였을까요?

제 어린시절의 기억으로는 질경이를 나물로나 국거리로 먹었다거나

질경이 종자로 뭘 해 먹는다는 건 본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사시대부터 질경이를 약초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질경이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먹은 것은 무척 오래되었었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경이나물을 먹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로제트형으로 겨울을 나는 냉이나 다른 봄나물과 달리

질경이가 제대로 싹이 트는 4~5월은 이른 봄 농사로 다들 바빠서

캐먹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겠죠.

뒤늦게 질경이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작년 여름 마당에 난 질경이 꽃을 접사로 담아 보았습니다.

사실 맨눈으로 보면 작은 꽃들이 수상꽃차례로 빽빽하게 달린 꽃줄기만 보일 뿐이어서

꽃으로 볼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으로 담아 놓고 보니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갖춘 꽃으로서의 구조는 다 갖고 있네요.

네조각 긴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꽃받침 사이로

솜털이 보송보송한 하얀 암술이 먼저 꽃받침보다 길게 드러납니다.

그 후 끝이 4갈래로 갈린 깔대기 모양의 화관과

하얀 꽃밥이 아름다운 꽃받침보다 긴 4개의 수술이 피어납니다.

수상꽃차례의 구조상 자화수정을 피하기 위한 질경이의 전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게다가 질경이 종자에는 젤리모양의 물질이 붙어 있어서

물기가 닿으면 부풀어 올라 지나가는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신발, 옷 등에 쉽게 붙어서

종자를 멀리 퍼뜨릴 수 있답니다.

학명 Plantago는 '발바닥'을 뜻하는 라틴어 'planta'와

'일종의' 라는 의미의 '-ago'의 결합어랍니다.

아마도 땅바닥에 낮게 깔리는 생태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질경이 어린 싹>

마지막 잡초라고 여길만큼 질긴 생명력을 가진 질경이.

알고 보니 인간의 건강한 삶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약초였었네요.

늘 그 날이 그 날 같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

우리 주변의 잡초에 관심을 두기만 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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