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풍경사진

응봉산의 한강변 야경-아름답습니다.

가루라 2016. 1. 12. 23:02

아주 추운 겨울날 응봉산 팔각정을 올랐습니다.

한낮에 쌩쌩부는 바람으로 하늘의 구름이 깨끗이 닦여나가서

야경을 담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후 늦게부터 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이미 나선 걸음에 먹구름을 피웁니다.

이왕 내친 걸음, 출사를 강행했더니

그래도 뺨을 에이는 강바람을 맞으며 담은 사진이 보기 좋습니다.

밤 8시가 넘어 켜진 동호대교의 새파란 조명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고 해야 하나요.

우리는 종종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곤하지요.

더할나위 없이 푸르른 하늘이나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설경을 볼 때

심지어 천산만홍으로 아름답게 단풍든 풍경을 볼 때도

그런 표현을 씁니다.

그런데 안과에서는 눈이 시린 이유로

보통은 안구가 건조해져서 그렇다고 합니다.

도데체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이나 광경을 보는데

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요?

응봉산에서 보는 야경에 그 답이 있었습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사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도심 건물과 가로등, 자동차 불빛의 괘적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왠지 메마른 겨울 같은 느낌이지요.

마침내 밤 여덟시가 되어 다리에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면

마치 화폭에 화룡점정을 하는 것처럼

응봉산에서 보는 아름다운 한강변 야경이 완성되지요.

 

<조명 점등 전의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조명 점등 전 동호대교 

조명 점등 전 성수대교 

어두워진 사위에 적응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그 순간을 기다리다보면

안구가 건조해지고

손발이 시리고

온 몸까지 시려오는데

당연히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울 수 밖에요.

성산대교의 야경을 담기 위해

어쩌다 한강변에 나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처럼 한겨울 한밤중에

사진을 담는다고 한강변에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게으른 탓도 있었겠지만

전문 사진작가인양 그런 명소를 찾아다니는 건 제 분야가 아니고

그냥 일상생활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일어난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 소회를 적는 수준에 만족하는 제 천성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년과 다르게 덜 추운 올 겨울

한강변 야경이 좋다는 응봉산을 맘 먹고 찾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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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한강변 야경

성수동 야경

롯데월드타워

성수대교의 조명시설은 에일리언의 코쿤이 메달린 것처럼 보입니다.

개발독재의 잔재인 교량 부실공사로 인한

그 날의 참사를 혼으로 담아 메달아 놓은 것일까요?

<성수대교 야경>

남산쪽 야경은 시원하게 뚫렸습니다.

그나마 남산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아파트를 철거해서 그렇겠지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내려오는 길에 담은

중랑천과 성동교쪽 야경입니다. 

모처럼 야경을 담기 위해 나섰던 밤.

집에 가기 위해 금호역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어느 식당에서

오랜만에 맛본 연포탕과 칼칼한 해물칼국수로

뱃속까지 얼었던 몸이 눈녹듯 사라집니다.

때로는 기나긴 겨울밤을 이렇게 쪼개 쓰는 것도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굳이 카메라가 없어도 폰가 하나만으로 즐겨도 좋은 야경

아름다운 한강변 야경촬영지로 응봉산 팔각정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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