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노을공원의 겨울

가루라 2016. 1. 14. 23:22

하늘 빛이 푸르러 유난히 추워 보이는 겨울 날

노을공원을 찾았습니다.

노을공원은 이웃해 있는 하늘공원, 평화의공원, 난지천공원과 함께

난지도쓰레기매립지에 세워진 월드컵공원 중 일부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고 노을공원이라 부른다네요.

노을 사진을 담으러 한번은 더 와야할까 봅니다.

억새밭으로 조성한 하늘공원과 달리

당초 퍼블릭골프장으로 설계해서 잔디를 깔았지만

시민사회의 반대로 가족캠핑장, 자연물놀이터, 파크골프장, 조각공원 등으로 조성하여

넓은 잔디밭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난지도가 쓰레기매립장으로 바뀐 1978년 이전에는

난초, 지초가 어울려 피고 온갖 철새들이 날아오는 환상의 섬이었죠.

그 아름다운 섬이 트럭 1,300만대분의 쓰레기에 덮혀

98m 높이의 산이 만들어졌습니다.

정말 인간의 힘은 위대한 것이지요.

악취가 진동하던 난지도쓰레기매립지가 1996년부터 시작된 안정화사업으로

다시 생명의 땅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면 자연의 복원력에 의해 되살아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학습장이 된 것이지요.

한강 난지천공원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소실점을 만들어 줍니다.

그 끝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유난히 추운 날

그래도 이런 호젓한 계절을 즐기는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쭉 뻗어 느낌 좋은 길을 가로질러 공원 내부로 들어 갑니다.

가족단위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야영시설입니다.

멀리서 보니 테이블과 화덕이 마치 바닷가 갯벌의 게처럼 보입니다.

노을공원 안쪽은 대부분 이런 잔디광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뱀 출몰주의 표지판이 붙어 있을 정도로

건강한 생태계로 복원되었습니다.

누렇게 마짝 마른 잔디밭에서

온통 녹색의 빛깔로 변한 여름을 떠올려 봅니다.

조각상 앞에 운치있게 놓아둔 빈의자

문득 정정민 시인의 빈의자2가 생각납니다.

 

당신을 위해

오늘은 의자를 준비 했습니다.

지나는 바람은 앉지 못하게 하고

작은 먼지라도 쉬는 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내 사랑

나에게 가장 소중한

당신이 앉아야 하니까

밤이어도 좋고

아침이어도 좋습니다.

눈 내리는 날도 좋고

비가 와도 좋습니다.

언제나 당신만을 위해

빈 의자로 둡니다.

-   중    략   -

늦은 겨울 오후의 노을공원

마치 자식들 다 출가한 주말 우리집처럼 썰렁하지만

그래도 또 다시 한 여름

이 골목 입구부터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연신 비명을 질러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는

또 다시 그 시절이 오면이라는

가정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강호행차 > 국내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덕궁 후원 동영상  (0) 2016.02.25
한겨울에 찾은 창덕궁 후원  (0) 2016.02.07
하늘공원에서  (0) 2015.12.26
울릉도 가 볼만한 곳들  (0) 2015.12.12
울릉도 천부항 일몰  (0) 201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