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한겨울에 찾은 창덕궁 후원

가루라 2016. 2. 7. 00:26

눈발 날리는 어느 겨울 날 창덕궁 후원을 찾았습니다.

오전 이른 시각 돈화문 앞 하늘은 잔뜩 흐리고

입구의 나무들은 모두 벌건 맨살을 드러낸 채

떨고 있눈 꿀꿀한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소문난 비원답게

부용지를 중앙에 두고

좌측에 날개집으로 지어진 부용정(芙蓉亭), 중앙의 단촐한 사정기비각(四井記碑閣),

그리고 날렵한 일주문인 어수문(魚水門)의 호위를 받는 날아갈듯 처마를 끌어올린 팔작지붕의 2층 건물 주합루(宙合樓)

주합루 좌우에 시립한 서향각(書香閣)과 천석정(千石亭)의 아름다운 모습에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흐린 하늘에 제 색깔을 내지 못하는 겨울에도 이럴진데

하늘빛이 고운 가을에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부용지 주변의 정자들

01

02

03

주합루/규장각

부용정

영화당(暎花堂)

부용지 일원을 지나면 애련지(愛蓮池)와 의두합(倚斗閤)에 도달합니다.

금마문을 통해 들어가면 8칸의 단출한 서재 의두합을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한 이름의 의두합

의지할 의(倚)자에 말두(斗), 쪽문 합(閤)

어떤 의미로 부르는 것인지 훈을 알아도 알 수가 없네요.

금마문(金馬門)

의두합(倚斗閤)

불로문(不老門)

애련지와 애련정(愛蓮亭)

다른 각도에서 본 애련지와 애련정

애련지와 애련정

애련지와 애련정

존덕정(尊德亭) 일원입니다.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늦게 조성된 곳이라는데

존덕정에서 동쪽을 보면 한반도 모양의 연못과

좌측의 관람정(觀纜亭)과 오른쪽 낮은 언덕 위에 승재정(勝在亭)이 날렵하게 앉았습니다.

부채꽃 모양의 특이한 정자를 이곳에서 처음 봅니다.

01

02

03

동쪽에서 담은 존덕정

관람정

승재정

오전 내내 잔뜩 찌뿌렸던 하늘은 큼직한 함박눈을 펑펑 쏟아냅니다.

백설이 난분분할 제....

폄우사(貶愚榭)와 존덕정(尊德亭)

인조 22년 1644년에 지은 존덕정은 원래 육각형이라 육면정이라 불렀다네요.

본 건물의 처마에 지붕을 따로 만들어 덧대어 지붕이 특이한 이중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바깥 지붕을 받치는 자리에 기둥을 각각 세개씩 세워서 이채롭게 보입니다.

01

02

03

존덕정

존덕정

존덕정

하늘은 하얀 함박눈을 쏟아내는데

조선 왕조의 비극을 제자리에서 300여년을 넘게 지켜보며

속까지 새까맣게 타버린 고사목만 말없는 역사를 전합니다.

옥류천으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 덩그마니 앉아 있는 취규정(聚圭亭)

옥류천 가는 길목을 지키는 취한정(翠寒亭)

정자의 이름들을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지은 것인지 !

취한정

취한정 정면

취한정 동쪽에서

소요암의 바위를 깎아 물길을 낸 옥류천(玉流川) 일원의 정자들

청의정, 소요암과 소요정(逍遙亭), 태극정, 농산정

작은 논을 끼고 앉은 초가지붕의 원형 청의정이 있는 옥류천 일원

인조, 숙종, 정조가 즐겨 찾은 곳으로

인조의 친필로 소요암에 옥류천이라 새겼다 합니다.

마치 포석정처럼 바위 위에 둥그렇게 흐르는 물구비를 내고

술잔을 흘려 보내며 시를 읊는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열었다니

세월 참 좋았네요.

어쩌면 조선은 왕조국가가 아니라 사대부국가였다고 봐야 옳을지도 모릅니다.

숙종은 이 일대의 경치를 오언절구로 찬양하였고

정조도 바쁜 정사에 가끔 농산정(籠山亭)을 찾았다하네요.

01

02

03

소요정

초가지붕의 청의정(淸漪亭)

소요암과 옥류천

궁궐지킴이의 설명과 인도로 연경당으로 향합니다.

이 곳은 궁궐이라기 보다는

조선의 사대부가의 살림집을 본떠서 만들어진 수수한 건물입니다.

궁궐의 다른 각이나 전처럼 화려한 단청이 없는

원목의 그 느낌 그대로 지어진 한옥입니다.

연경당을 출입하는 문들

01

02

03

04

태정문(兌正門)

장락문(長樂門)

장양문(長陽門)

수인문(脩仁門)

연경당(演慶堂)

연경당 전경

연경당 오른쪽 출입문

연경당 안채

우아한 처마 곡선의 연경당 안채

일반 사대부 집안은 99칸이라고 부르는데

연경당은 120여칸으로 지어진 사대부 살림집입니다.

날아갈듯한 추녀 곡선이 아름답습니다.


선향재 낭하에서 본 연경당

팔작지붕의 연경당

연경당내 중국식으로 벽돌을 쌓아 지은 선향재(善香齋)와

날아갈듯 날렵하게 앉은 농수정(濃繡亭)

선향재 뒤뜰

지붕 한쪽이 안채에 붙어 없어진 특이한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경당 안채 내부의 모습

미딛이 문이 겹겹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연경당 안채 툇마루

연경당 전경

선향재를 돌아 나오면 애련지와 의두합이 이웃에 있습니다.

대조전 뒤뜰을 돌아 나오는 길입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문양이 여기에 있었네요.

나무 이름을 알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각질화 된 나무껍질이 떨어져 나가면서

수피에 아름다운 당초무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유칼립투스나무, 모과나무, 버즘나무 등 각질화된 껍질의 박리로

수피에 아름다운 무늬가 남는 나무들이 있지만

이런 나무는 처음 봅니다. 

창덕궁 후원의 노거수들

나무수피의 문양

메 산자 모양의 산나무

약 1시간 반의 후원 투어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

이미 말라버린 노천 우물만이 풍요로웠던 옛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궐내 각사 옆을 흐르는 수로

깔끔한 치수역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수로

수로

수로

다시 화려한 단청이 돋보이는 궐내 각사가 보입니다.

그것이 창덕궁 후원 투어코스의 종점입니다.

비록 흐린 날이어서 쨍한 사진은 얻지 못했지만

그래서 날빛 좋은 날 다시한번 꼭 찾아보고 싶은 창덕궁 후원투어였습니다.


'강호행차 > 국내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선재(樂善齋)  (0) 2016.03.05
창덕궁 후원 동영상  (0) 2016.02.25
노을공원의 겨울  (0) 2016.01.14
하늘공원에서  (0) 2015.12.26
울릉도 가 볼만한 곳들  (0) 201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