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세검정 세초식(洗草式)을 보고

가루라 2018. 10. 18. 00:28

2016년 최초로 재현된 후

올해로 세번째 맞는 세초식(洗草式).

세초식은 조선시대 왕조실록을 편찬함에 있어서

사관들이 기록해 놓은 수 많은 사초나 초고들을 파기하던

우리 또래의 시쳇말로 쫑파티였던 셈입니다.

왕조실록이 완성되고 세초가 끝나면

왕조실록 편찬에 수고했던 사관들을 위로 하기 위한 세초연(洗草宴)이

세검정 정자 바로 앞의 넓다란 바위를 뜻하는 차일암(遮日巖)에서 있었다고 하네요.

파기의 방법을 한지에 쓰여진 초고 또는 중고를

물에 씻어버림으로써 그 흔적을 제거하여

미래에 분란의 소지를 없게함은 물론 한지를 재활용하려 했던

선조의 지혜를 보여주는 행사 중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차일암에 모여 선 행사 참여자들>

세초는 전기적 신호 대신에 물을 이용하여

한지를 오늘날의 RAM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지요.

2016년 최초 재현 행사 때는

인근에 있는 세검정초등학교 학생들을 동원하여

학생들도 복식을 갖추어 입고

세검정 하천에 모여 앉아 종이를 물에 담구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나 봅니다.

세검정초등학교 바로 옆에

조선시대에 종이를 만들던 조지서(造紙署)가 있었다고 하여

맨 아래 사진처럼 현재는 표지석을 세워 놓았으며

그런 연유로 세검정초교 학생들이 동원된 것이겠지요.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행사의 식순이나 내용 등 자료를 받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조선왕조의 왕조실록처럼

오늘날 대통령제 민주주의하에서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직무수행과 관련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 보좌기관, 자문기관, 경호업무수행기관이 생성하거나 접수한 기록물과 물품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관리하도록 2007년 노무현대통령 재임기에 법령이 제정 시행되었지요.

물론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모든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겠지만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국가기밀이 담긴 것은 비밀로

취급상 주의가 필요한 기록물은 비공개로 하는 등

왕조시대와는 다른 관리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지요.

조선왕조시대에 왕들은 왕조실록을 볼 수 없게 하였지요.

왕권에 대한 사림의 철저한 견제인 셈이지요.

사관으로 하여금 객관적 사실을 사실 그대로 엄격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하고

훗날 왕이 사초의 내용을 알게 되어 그로 인한 보복을 할 수 없도록 하여

객관성, 공평성, 익명성을 보장한 측면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연산군이 사초의 일부를 보고 모친인 폐비윤씨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된 것이나

김일손이 세조의 왕위 찬탈에 관해 쓴 조의제문이 유출되어

무오사화 발생의 불씨가 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서도 

그 내용의 유출은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죠.

오늘날도 역시 이명박대통령이나 박근혜대통령 재임시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집권초기에도

국가기록물 내용의 유출과 관리에 대해 각당이 자당의 기준으로 함부로 재단하여

분란을 초래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가운데 기록원의 애매한 태도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행사는 국가기록원이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세초식의 정신을 이어 받아

정권이 바뀌어도 견실하고 공고한 기준으로 기록물을 관리하겠다는

그들의 관리기준을 내외에 천명하는 뜻으로 말입니다.

단편적인 생각일 수도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입니다.

이런 행사를 복원하여 재현하는 것도

특히나 어린 학생들을 동원하여 참여시키는 행사라면

온고지신의 관점에서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물론 문화행사는 가벼운 행사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조선왕조실록은

왕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던 기록이 확인되는 등 양면성이 있지만

그것을 통하여 백성을 위한 선한 왕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역대 왕들이 지표로 삼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대통령의 통치의 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행사 주관자, 참여자, 관객 등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뒤늦게 행사장에 갔던 터라 정확한 행사정보를 얻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내년에는 그 시기를 미리 확인하여 시작과 끝 모두를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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