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양양 휴휴암이야기

가루라 2019. 12. 5. 01:28

양양에 갔던 길에 잠깐 들렀던 휴휴암이야기입니다.

쉬고 또 쉬어가는 곳, 팔진 번뇌를 쉬어 가는 곳이라고

휴휴암(休休庵)이라 부릅니다.

통상 대웅전이 없는 사찰을 암자라 하지요.

홈페이지가 막혀 있어서 휴휴암의 역사를 알 수는 없지만

개인사찰이었던 것을 2016년 조계종 종단에 희사해서

지금은 어느 사찰의 말사로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실 도량으로서 보다는 쉬어 가는 경치로 더 유명한 곳인가 봅니다.

휴휴암의 정문인 불이분(不二門)을 들어서면

오른쪽 상단에 다라니굴법당과 묘적전이 있고

바다로 내려가는 길 좌측에 비룡관음전(飛龍觀音殿)

그리고 안쪽에 양쪽에 수호보살상이 시립한 꽤 높아 보이는 석조의 지혜관세음보살과

암자의 규모에 비해 큰 범종루가 시설의 전부입니다.

주말을 맞아 주차장에서부터 붐비던 사람들이

입구부터 꽉 차 있어서

사람을 피해 사진으로 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돌로 다듬은 포대화상과 작은 동자승들의 표정이

다채롭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철책 안에 경작중이라는 푯말이 세워진 흉물스러운 공간과

그 뒤로 해수관음상의 모습으로 하얗게 빛나는 지혜관세음보살상과

좌측의 커다란 범종루가 보입니다.

철책으로 둘러쌓인 농지가 소위 동부그룹 사주와 소송중인 문제의 땅인가 봅니다.

항간에 경치가 좋아서 동부그룹이 이 땅을 틀어쥐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

개인사찰의 주인이었던 암주가 임대토지에 대한 욕심이 과도했다던가 하는

설왕설래가 있을만큼 아름다운 경승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암튼 불법으로 지어서 철거소송이 붙은 요사채는

그 갈등만큼이나 흉물스럽게 보입니다.

어린 손자를 대동한 여행이다 보니

암자의 역사나 도량의 시설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담았습니다.

범종루과 지혜관음보살상.

이곳 관음보살상은 낙산사의 해수관음보살상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우리나라의 바닷가에는 해수관음보살을 모시는 절들이 몇개 있지요.

대표적인 것이 양양 낙산사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 등입니다.

베트남 다낭에서 찾아갔던 영흥사도

무려 67미터나 되는 해수관음상을 모시는 바닷가의 사찰이었지요.

휴휴암도 그 중 하나일까요?

거대한 두꺼비 

두꺼비와 거북이 그리고 시비 

휴휴암 경내 풍경

범종루

지혜관음보살

범종루 앞에서 바다에 내려다 보이는 바위가 장관입니다.

네 발을 활짝 펴고 있는 거북이 형상을 하고

넓은 등을 내어준 채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형세의 바위.

이 바위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나 봅니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에 올려다본 묘적전과 다라니굴법당

용품점인 불교백화점 전경입니다.

비룡관음전 아래에 있는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범종루 앞에서 내려다보았던 거북 형상의 넓은 바위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연안의 거대한 바위를 세차게 두드리는 하얀 파도 뒤로

작은 포구인 광나루와 낮은 동산 위에 있는 죽도정이 멀리 보입니다.

거대한 바위 앞쪽 파도에 잠겼다가 보이기를 반복하는

작은 거북바위는 등이 여기저기 갈라진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바다로 나가는 좌측의 바위는 엎드려 있는 하얀 코끼리의 머리 모양이네요.

거북바위

코끼리형상(?)의 바위

관광객들은 저마다 폰을 꺼내 사진을 담거나

밀려드는 파도가 만들어 내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등 넓은 거북바위로 나가는 길에는

방생용 물고기를 파는 시설과 관광객들로 교행조차 힘들 정도 입니다.

등넓은 거북바위 끝부분에는 용왕을 모시는 탱화와

참배대가 세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휴휴암은 용을 모시는 토속신앙과 관음보살을 모시는 불교가 결합된

종교시설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바람도 드세고 파도도 거친날

하얗게 포말을 이루며 밀려드는 파도는

때로 방심한 관광객들의 정신을 빼놓고 가네요.

게다가 신기하게도 파도에 밀려와

서로 등떠밀며 아우성치는 웅어떼를 보느라 사람들이 장사진입니다.

웅어들이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보다 더 많은 이유가

방생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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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모양 바위 

북쪽 죽도정쪽

남쪽 광진해변쪽

웅어떼

휴휴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람에 지친 갈매기들조차 날개를 접고

쉬고 또 쉬고 있네요.

다시 돌아 나오는 길

오후 세시가 가까워지는 시각임에도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카페의 파라솔도 거꾸로 뒤집어 놓을만큼

바람이 거친 날.

비룡관음전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내부 사진을 담아보고 싶었지만

불당을 지키는 불자의 경건함에 스스로 주눅이 들어

멀리서 한 컷 담고 돌아섭니다.

보통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대웅전을 찾아 부처님 앞에 참배를 하고

법당들을 두루 돌아보고 나오지요.

그러나 휴휴암을 찾는 사람들은

지혜관음보살 앞에서 합장하고 바로 해변에 내려가

용왕신께 참배하는 동선일 것 같습니다.

일반 관광객들의 동선도 물론 한치의 어긋남 없이 그럴 것이지요. 

관광지로써의 휴휴암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의 해국조차도

休를 休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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