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動物世上

홍제천 자라의 유영

가루라 2020. 10. 24. 00:24

#자라

 

홍제천에서 자라를 본 건 한 3~4년 되었지 싶다.

포방터시장 근처의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자라.

점점 서식지를 상류쪽으로 옮기나 보다.

올해는 거대하게 자란 모습으로 홍지문 바로 아래 나타난 자라.

어린시절 자랐던 고향집 바로 앞에 작은 개울에도

작은 자라가 지천이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고운 모래로 물길을 막고

고무신으로 물을 퍼내다보면

모래 속에 숨어 있던 작은 자라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너무 작아서 먹을 수는 없으니

잠깐 가지고 놀다 놓아주곤 할 정도로 친숙한 파충류였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파놓은 둠벙에 물을 빼는 가을.

두레박으로 물을 모두 퍼내면 의례 냄비뚜겅만한 자라가

뻘을 뒤집어 쓰고 둠벙 바닥에 엎드려 있곤 했었다.

가족들 몸보신을 시켜주신다며 그 자라를 가져와

어머님은 닭과 함께 고아 용봉탕을 끓이시곤 했었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자라에게 물리기까지 하시며 끓였지만

노랗게 뜬 기름을 걷어내며 억지로 먹었던 용봉탕.

그 덕에 지금껏 병원신세를 지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왔나?

유유히 헤엄치는 홍제천 자라를 보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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