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연등행렬 사진

가루라 2023. 5. 22. 02:17

5월 20일 종로에서 펼쳐진 연등행렬

야간 사진 연습을 위한 좋은 소재거리로 생각하고

참관했지만 한계를 절감한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풀리고 처음 열린 연등회여서 그런지

아니면 그전부터 이렇게 사람이 많았었는지

처음 참석한 나로서는 일 수 없었지만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인파에 놀라고

행사 참여 인원과 규모에 또 놀랐다.

단순히 불교 행사로만 생각했었는데

연등회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음을

처음 알게 된 내가 부끄럽다.

불자와 불교신도들이야 사명감에

긴 시간 행렬에 참석한 것이겠지만

구경하는 관중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더구나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다 모인 듯

연등회를 보러 온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은 것에

또 놀라운 밤이었다.

유등이나 청계천 유등처럼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유등을 담는 것은

삼각대만 있으면 문제없었지만

야간에 이동하는 연등을 사진으로 담는 것은

ISO를 수동으로 맞추기 참 힘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ISO를 Auto에 두고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며 사진을 담았더니

화질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연등행렬은 저녁 7부터 9시 30분까지

두 시간 반동안 진행되는데

한 곳에 서서 장시간 촬영하는 내 다리도 힘들다.

8시 반이 넘어가자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서

아쉽지만 끝까지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광장시장 앞 사거리에서 담은 사진들

몇 컷을 더 담았다.

처음 출발했던 흥인지문 앞에서

종로3가까지 걸었던 힘든 다리는

종로 2가 어느 식당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으니 조금 풀렸다.

그래도 힘들어하는 아내 걱정에

서둘러 조계사 앞으로 이동했다. 

연등행렬의 종착지안 조계사 앞

도로에도 인파가 가득하다.

저녁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모든 연등행렬이 도착하면

대동한마당을 연다는데

그냥 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쉽다.

많은 인파 속에 휩쓸리는 것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우니까.

좀 더 젊었을 때 와볼걸 그랬다는 얘기를

투정처럼 흘리는 아내의 말도

내 다리처럼 아프다.

그래도 마음은 포근한

부처님 오신 날 연등회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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