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내소사 단풍을 찾아서

가루라 2023. 11. 14. 18:29

시월 마지막주 시제 참석을 위해 고향 가는 길

전나무숲길 단풍이 좋다는 내소사를 찾았다.

밀리는 고속도로로 인해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내소사 단풍을 즐기기에는 너무 빠른 시기였다.

능가산 내소사 일주문

오래전부터 별렀던 내소사 방문이기에

기대했던 것보다 단풍이 없어서 조금은 허탈한 기분이었다.

올해는 활엽수들이 제 빛깔을 내야 할 시기에

날이 더웠어서 그런지

단풍이 예전만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걷는 길지 않은 약 600m의 전나무숲길은

하늘 높이 치솟은 전나무가 만들어낸 그늘로 인해

한여름에도 걷기 좋은 길일 것 같다.

전나무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천왕문까지

짧은 거리 좌우에 심어진 단풍나무

내장산이나 백양사의 단풍나무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단풍이 들었더라면

초록색의 전나무숲과 아름다운 대비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내소사의 단풍은 백 미터 남짓되는 이 단풍나무숲길과

절 안의 천년 느티나무의 단풍으로 특징 지워질 것 같다.

천왕문을 지나면

3단으로 된 내소사 전마당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산봉우리가 둥글둥글한 능가산의 모나지 않은 느낌처럼

포근하게 자리 잡은 내소사

내소사는 조계종 선운사의 말사로

백제 무왕 34년에 승려 혜구두타가 창건하였단다.

처음에는 소래사로 불렀다가

후에 내소사(來蘇寺) 변경되었다 한다.

전국 사찰 대부분이 문화재관람료 형식으로 입장료를 받는데 반해

내소사는 입장료가 없다.

대신 주차장 사용료를 내야 한다.

내장사는 식당을 이용하면 주차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곳에 주차를 하는데

중소형승용차는 기본 1시간 1,100원에

10분당 300원이 추가된다.

관람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만큼 

내소사 경내가 넓지 않아서 그나마 큰 부담은 없다.

내소사를 대표할 수 있는 수령 1,000년 느티나무

일주문 밖에 있는 할매느티나무와 경내에 있는 할배느티나무가 한 쌍이다.

어떤 연유로 할매, 할배가 별거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할매는 아직 푸르른 빛이 완연한데

할배는 별거에 속이 탔는지 주황색으로 진하게 물들었다.

느티나무와 함께 300년 된 보리수나무

분재형으로 갈 가꾼 산수유나무도 눈여겨볼 나무들이다.

봉래루 앞에 있는 굽은 소나무와

화장실 가는 길에 있는 춘추벚나무도 관심을 두고 볼 것이다.

법고와 범종, 목어를 함께 품고 있는 범종각 외에도

내변산 청림사에 있던 고려시대(1222년 제작)의 동종을

조선 철종 때 옮겨와 보존하고 있는 보종각(寶鐘閣)이 따로 있다.

내소사 경내에 있는 몇 그루의 단풍나무들

애매한 빛깔이 아쉽지만

제대로 발색이 되었더라면

천년 느티나무와 함께

고색창연한 내소사를 더욱 돋보이게 했을 것 같다.

2층 누각형식의 봉래루

이런 형식의 건물은 사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구조이다.

김제 금산사 보제루, 낙산사의 보타락, 강화 전등사 대조루 등등

2층 구조의 당우는 청량감을 주는 건축물이다.

단청이 다 날라서 마치 단청을 한적 없이 정갈한 얼굴로 반기는 대웅보전.

대웅보전과 같은 색깔의 연대를 알 수 없는 3층 석탑

내소사는 전체적으로 잘 짜인 미니어처 건축물처럼 아담한 느낌이다.

대웅보전을 지나 내소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당우인 삼성각에서

경내를 내려다본 모습 역시

능가산처럼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다.

조사전과 지장전 그리고 대웅보전 좌측에 있는 여러 채의 당우들

맨 안쪽에 자리 잡은 벽운당까지

전각들이 다수 있지만 시간 관계상 다 돌아보지 못하고

되돌아 나온 것이 아쉽다.

지형 때문에 2층 다락을 가진 구조로 지어진 설선당은

ㅁ자의 독특한 구조로 지어졌다.

전면에서 보이는 설선당의 얼굴이

마치 알프스의 목조 가옥처럼 보이기도 한다.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조급해질 시간

생리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신식 해우소(전통해우소는 폐쇄 중)를 찾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춘추벚꽃을 만났다.

이름조차 생소한 춘추벚나무는

일본이 만들어낸 교잡종으로

봄, 가을 1년에 두 번 꽃이 핀다.

불시개화처럼 한두 송이가 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봄철의 벚꽃처럼 만개해 있다.

비록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런저런 볼만한 것들이 많은 내소사

한 번쯤 가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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