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4일 기록적으로 쏟아진 눈폭탄의 잔재로

여전히 골목을 나서기조차 싫은 1월 10일 일요일 늦은 오후.

집안에 갇힌 답답함이 정수리까지 치밀어 올라

카메라를 둘러메고 집 근처에 있는 백석동천(白石洞天)을 찾다.

 

북악산의 북쪽 사면을 흘러 내린 물이 만들어 낸

도심 속의 작은 계곡, 백사골(백사실)

 

봄은 봄대로, 여름, 가을을 또 제각각 그대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적당한 오르내림이 있는 도심 속 대표적인 산책길로

생활속 느림의 철학에 대한 열망과 함께 사람들의 발검음이 더욱 잦아진 곳.

백석동천 백사실의 설경을 올립니다.  

 

계곡 초입 숲속에 자리 잡은 현통사

마치 깊은 산중에 있는 것처럼 눈속에 더욱 고즈넉하고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그만 골짜기와 나무와 바위들은 온통 백설에 묻혀 있다.

 어둑해지는 산기슭을 따라 속세로 내려오는 스님의 승복조차

흰눈에 눈이 부셔 잿빛이 더욱 뚜렷하고

 백사실(白沙室)터로 이어지는 작고 좁은 돌다리

두껍게 쌓인 눈으로 위태롭다. 

 비록 조그마한 연못을 끼고 들어 앉았었을 육각정자는 없어졌어도

수백년을 견뎠을 주춧돌이 눈속에 오롯하다.

 건너 보이는 사랑채와 행랑채 터

백사 이항복이 버선발로 오르내렸을 계단의 디딤돌도

눈에 파묻혀 보일락 말락 

 못내 아쉬운 가을 빛을 아직도 간직한 참나무의 붉은 단풍과

나무등걸과 계곡에 내려 앉은 하얀 눈도 조화롭다.

 오솔길과 계곡에 겹겹이 쌓인 눈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계곡인지?

아직도 계곡을 가득 메운 눈으로

마치 이 곳이 도심을 멀리 떠난 심산유곡이지 싶다. 

 국수나무를 뒤덮은 눈은

그렇지 않아도 가늘고 낮은 나무의 허리를 펼 수 없게 만들고

 두껍게 앉은 나무등걸의 눈에도 불구하고

말라 붙은 참나무의 가을잎이 포근하다.

 소리죽여 계곡을 흐르는 물은

작은 빙폭을 타고 넘고

 눈 밑으로 흘러 흘러 

그래도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백사실을 돌아 나오는 길, 

계곡에 금새 내려 앉는 어둠은 눈빛조차 잠재운다.

 요사채의 창호를 뚫고 쏟아지는 따뜻한 불빛은

귀갓길을 재촉하지만 

 

 인왕과 북악, 북한산 발등 아래 납작 엎드린 신영동 벌안

지붕을 덮은 눈으로 가로등 불빛조차 추운 겨울밤

그래도 짧은 시간에 둘러 볼 수 있는 도심속의 계곡, 백사실계곡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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