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슈넛이나 피스타치오, 아몬드 등 견과류를 좋아하지만
해마다 처가에서 가져오는 땅콩 맛이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영산강 상류 모래밭에 심어진 땅콩을 서리해 먹던 비릿한 기억때문에
땅콩은 그닥 좋아하질 않았었는데도 말입니다.
그 당시의 기억으로 인해 땅콩은 남부지방의 모래밭에서만 되는 줄 알았습니다.
원산지가 열대지방이라 일조량이 중요한 식물이거든요.
그러나 장인어른께서 연천 황토밭에서 재배한 땅콩을 먹어본 순간
그 맛에 완전 푹 빠졌습니다.
날로 먹어도 생 땅콩 특유의 비린 맛도 거의 없는 고소한 맛
그 땅콩을 이태전부터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연로해지신 탓도 있지만 대상포진으로 인해
한쪽팔을 쓰기조차 힘들어지신 장인어른
더 이상 땅콩농사는 물론 다른 농작물도 재배하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먹고 살기 위한 농사가 아니라
자식들에게 뭔가 선물로 주시기 위한 소일거리였던지라
처남들이나 집사랍 모두가 반대하여
장인어른표 황토밭 땅콩을 더 이상 맛볼 수 가 없게 되었습니다.
집사람도 내심은 장인어른이 그리 되신게 안타까웠던지
올봄에 화분 여기저기, 그리고 마당에까지 땅콩종자를 땅에 밖아 둔 모양입니다.
쑥쑥 자라난 7월 어느 날 노랗게 핀 땅콩꽃을 보며
그 기억 속의 맛을 상상하곤했습니다.
지난 주말 마침내 땅콩을 뽑았습니다.
6섯그루의 땅콩에 달린 종자가 한 스무알쯤....
장인어른의 황토밭 땅콩 한뿌리에 달린 것보다 못한 양이지만
마당과 화분에서 자란 땅콩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늘 양지쪽에 두었던 화분속의 땅콩은
철쭉뿌리의 거센 틈바구니 속에서 키는 크지 않았지만
제법 많은 종자를 달고 있었으나
거의 응달이나 다름없는 담장 밑의 땅콩은
키만 웃자라고 달린 종자는 한두개에 불과 합니다.
밖으로 보이는 겉 모습과 보이지 않는 땅속의 모습이 완전히 따른 땅콩.
농작물에 있어서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인간세상에서와 똑 같은 원리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큰 사건 범행의 배경과 원인에는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속에서 자라지 못한 성장환경이
언제나 단골메뉴로 등장하면서
앞으로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잊혀진 전설이 되어버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성장의 그늘 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 이웃에 대한
햇볕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땅콩>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한해살이풀
학 명 : Arachis hypogaea
원산지 : 남아메리카 열대지방
분포지 : 한국 중부 이남, 인도, 중국, 미국,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등
서식지 : 모래땅, 사질 양토
영 명 : Peanut, Ground nut, Earth nut, Goober
기 타 : 우리나라에는 1780년(정조4년)을 전후하여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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떵콩꽃 |
땅콩꽃 |
땅콩꽃 |
땅콩꽃 |
마당에서 뽑아낸 땅콩
땅콩은 특이하게도 꽃이 떨어지면 땅속에 열매가 맺는낙화생(落花生),
땅속 열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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