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저녁> - 송해월 -
해 저무는 겨울 강에
먼- 산 그림자 와서 드러누우면
강을 건넌 어둠이
유년(幼年)의 어느 저녁
잠결에 들었던 고단한 내 아버지의
물이 새는 검은 장화 발소리를 내며
저벅 저벅 신 밑쟁이를 돌아온다
마른 풀들이 발 끝에 차이는 소리가
바람에 묻혀 갈 무렵
참선하는 자에게 던져진 화두처럼
생소한 물음 하나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가
언제까지나 미궁(迷宮)이다
내 몸에 스민 한기(寒氣)가
따슨 기억들을 지워 가고
동네에 켜진 명료(明瞭)한 불빛이
바람에 흔들거리면
집집마다 종종 걸음으로 식구(食口)들이 돌아오고
너는 나직이 말한다
사는 거 별거 아니라고
저들이 네게로 돌아오는 것처럼
너 또한 그들에게 돌아가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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