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천주교 당고개순교성지

가루라 2014. 8. 17. 01:02

용산에 가게를 열고 있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함께하고

산책할만한 좋은 곳이 있다하여 따라 나섰다가

뜻밖의 장소를 가게 되었습니다.

미사가 행해지는 천주교 당고개순교성지랍니다.

지하철 4호선의 종점에 있는 당고개는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데

용산에 당고개성지라뇨?

당고개라는 지명은 옛날 고개마루에 성황당이나 미륵당 등의

당집이 있던 고개를 말합니다.

우리의 토속신앙인 당집은 없어지고 그 자리가 천주교의 성지가 된 것입니다.

마치 초기 천주교 신자들을 숨겨주던 사찰 천진암에 절은 없고

그곳이 천주교 성지로 떠받들어지듯이 말입니다.

안내 팜플릿을 보니 이 곳은 이번 교황의 방한 중 시복되는 124위 중 한사람으로

1839년 기해박해로 이 곳에서 순교한 10인 중 이성례마리아를 테마로한 성지랍니다.

절에 다니는 것도 게다가 천주교나 기독교를 믿는 신자도 아니지만

고교시절 국사책으로 배웠던 천주교 전래와 박해의 역사에 대한 약간의 기억.

신유년, 기해년, 병인년 왕권과 집권양반 중심의 기득권체체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여

천주교 신도들을 대규모로 처형했던 참혹의 역사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죠.

지명조차도 처절한 새남터, 절두산 등등

신자가 아니었으니 당고개순교성지를 몰랐던 것은 당연했습니다.

지봉 이수광이 문화백과사전격인 자신의 저서 지봉유설에

마테오 리치가 쓴 천주실의를 인용하고

1784년 이승훈이 중국에서 최초의 세례를 받았던 것을 아슴하게 기억할 뿐입니다.

사실 신자가 아니기에 고등학교시절 이후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에서 떠올리게 되는군요.

게다가 교황의 방한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기 바로 며칠전이었으니 무슨 인연이었을까요.

그런 저를 놀라게 한 것은 한복을 입고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성화였습니다.

심순화씨가 그린 당고개성모님이라 쓰여있었는데

몇년전 모스크바에 갔을 때

크렘린궁안의 사원들이나 구세주그리스도대성당에서 러시아정교회의 정교한 이콘(icon)화를 보고

그 섬세함과 화려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 땅에 천주교가 전래된지 200여년의 세월을 넘어

천주교의 한국화(韓國化)가 완벽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나요.

안내하시는 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성화가 이번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도 전달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니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또다른 이콘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옛날 전통 꽃담처럼 와당편을 이용하여 만든 담장이나

호두각형태의 팔작지붕 한옥으로 극단적인 종교적 색채를 최대한 덮어 놓은 듯합니다.

아마도 용산재개발로 신계역사공원을 조성하면서

성지도 살리고 한국적인 의미도 살리려는 고민을 세심하게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대한 아파트 숲 속의 섬처럼 동떨어진 건축물임에도 의연해 보이니 말입니다.

현대식 건물의 아파트 숲에 포위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을 표방하는 천주교성지

어쩜 이렇게도 우리나라의 현상황에 대비되는 것일까요? 

01

02

03

당고개순교성지성당 전경

당고개순교성지성당 입구

한국적 이콘

 

'강호행차 > 국내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운의 경희궁터를 찾아서...  (0) 2014.10.18
담양 죽녹원, 힐링의 산책길  (0) 2014.09.09
송강정(松江亭)의 추억  (0) 2014.08.15
화성시 공룡알 화석산지  (0) 2014.08.12
단군성전과 환단고기  (0) 201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