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용담을 아시나요?

가루라 2014. 11. 3. 12:59

북한산 문수봉에 올랐다가 등산로변에 핀 용담을 만났습니다.

길섶에 가로로 누워 단 한송이의 꽃을 피워낸 용담

가슴을 메워오는 단 한송이 보랏빛 꽃의 처연함에 숨이 멎을듯

일행은 벌써 저만큼 가고 있었음에도 숨을 멈추고 연신 셧터를 눌러댔습니다.

단 한송이 뿐이라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로 인해 보라색 꽃의 아름다움이 더 빛나는 것 같기도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일행의 아우성이 없었더라면

종일 바라 보아도 싫지 않았을 용담.

 

뿌리가 여느 동물의 쓸개보다도 쓰다고 해서

용 용(龍)자 쓸개 담(膽)자 용의 쓸개라는 이름을 붙었다지만

꽃 모양에서는 오히려 물방울 무늬 자주색 드레스를 잘 차려 입은  중세 유럽여인의 풍만함이 배어 나옵니다.

다시 보니 화려한 목장식을 한 물방울무늬 옷을 입은 광대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꽃말도 '슬픈 그대가 좋아'일까요?

 

시인 정일근님은 이런 모습의 용담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길 잃은 벌들이 찾아와 하룻밤 묵어 가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숙이라고...

그것도 파란 슈미즈를 입고 밤새 손님을 뜨겁게 안아 주고도

숙박비도 하룻밤 꽃값도 모두 무료인 여인숙 말입니다.

 

용담은 해가 중천에 걸린 한낮이 되어서야 비로소 활짝 피었다가

오후 해질 무렵 마치 피기전의 나팔꽃모양으로 꽃잎을 또르르 말아버립니다.

이런 용담꽃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숙으로 본 시인의 시심이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용담>

쌍떡잎식물 용담목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Gentiana scabra var. buergeri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전역, 일본, 중국 북동부, 시베리아 동부

서식지 : 산지의 풀밭

꽃   말 : 슬픈 그대가 좋아.

이   명 : 관음초(觀音草), 과남풀, 관음풀

효   용 : 관상용. 어린 싹과 잎은 식용한다. 쓴 맛이 있어 뿌리를 용담이라 하여 건위.소화제로 쓴다.

           간장과 담당의 질환을 치유하는데 처방하기도 하고 항균효과가 있어 세균의 발육을 억제한다.

 

<화원에서 사온 용담 포트분에 때 마침 날아든 애기꽃등에>

귀가 후 사진을 보며 못내 아쉬워하던 제가 안쓰러웠던지

종로에 나갔던 아내가 야생화 판매점에서 용담 한 포트를 사왔습니다.

부창부수라더니 아내도 요즈음 야생화 키우기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나 봅니다.

특히나 키가 크지 않고 노지월동도 잘 되는 야생화에 관심이 많지요.

마당에서 추운 겨울을 난 후 이듬해 싹을 티우고 꽃을 피우는 야생화를 보며

그 속에서 끈질긴 삶의 의지를 찾고

거기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사진은 북한산에서 직접 담은 용담입니다.

북한 산의 것은 화관의 끝이 다섯 갈래임에 반해

화원에서 사온 것은 다섯 갈래인 것과 여섯 갈래로 갈라진 것이 있지만

꽃받침은 다섯 갈래나 여섯 갈래나 똑 같이 5조각이네요.

이파리 표면에 세줄 잎맥도 선명한 것으로 보아

화원에서 산 것은 토종 용담과는 다른 종일 수도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화관이 항상 다섯 갈래인지는 좀더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 약 400여종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Gentiana'속식물은

 우리나라에는 약 1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용담속 식물에 강장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그리스 발칸반도 서부와 이탈리아반도 남동해안을 거점으로 삼던 일리리안족(Illyrians)의 왕

젠티우스(Gentius)의 이름에서 속명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종소명 'scabra'는 '깔깔한'이라는 뜻이라는데

잎 가장자리와 잎줄 위에 잔돌기가 있어서 까칠까칠한 특성을 표시한 것입니다.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 한 개 또는 수 개씩 달리는 꽃은

꽃자루가 없이 다섯 조각의 꽃받침으로 떠받들려 있습니다.  

길고 통통한 종모양의 통꽃 화관 끝이 다섯 또는 여섯 갈래로 얕게 갈라지고

갈라진 사이에 세모꼴의 부화관 갈래가 있어서

꽃을 더욱 크게 보여지게 합니다.

아마도 활동성이 떨어진 늦가을의 매개곤충을 유혹하여 접근하기 쉽게 하려는

용담의 화수분 전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왼쪽 줄기의 꽃은 화관이 다섯 갈래임에 반해

오른쪽의 꽃은 여섯 갈래로 갈라져 피었습니다.

여섯 갈래인 경우 수술은 여섯개, 다섯 갈래인 것은 5개이지만

꽃받침 조각은 모두 5개로 동일하네요.

처음 꽃이 피었을 때는 수술머리가 암술머리와 한데 붙어 있습니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 두개가 서로 분리되는데

수술머리와 암술머리가 붙어 있을 때 이미 자가수분을 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암술머리와 한데 붙어 있는 수술머리들 

암술과 분리된 수술들 

 

이른 아침 말려진 꽃봉오리 

오전 11시경 벌리기 시작한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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