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율무의 생존전략

가루라 2014. 10. 29. 23:58

흔히 차로 마시는 율무차의 주원료인 율무의 꽃을 아시나요?

7~80년대 다방에서는 두번째 가라하면 서러웠을 율무차이지만

요즈음 세대의 입맛에는 영 아니어서인지 시장에서 내몰리고 있나 봅니다.

그래서 다방에서 율무차를 시키면 꼰대소리나 듣게 생겼습니다.

70년대에는 다방에서 커피나 쌍화차를 시키면 날계란을 같이 내오곤 했으니

오늘날 커피샵의 영업형태와는 달라도 영 다른 게지요.

그래서 한 때 율무를 재배하는 농가도 늘고

전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할만큼 연천의 대표적인 농산물이 되기도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율무차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이 흥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중국산 값싼 율무가 수입되면서 재배농가도 줄고

주변에 율무차를 마시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요즈음 율무농사와 율무차 판매는 어려운가 봅니다.

 

 

<율무>

외떡잎식물 벼목 벼과의 한해살이풀

학   명 : Coix lacrymajobi var. mayuen (Rom. Caill.) Stapf

원산지 : 중국 또는 동남아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열대, 아열대아시아

꽃   말 : 정열, 불안정과 변덕

이   명 : 의이인(薏苡仁), 의주자, 인미, 의미(薏米)

영   명 : Adlay

효   용 : 씨를 식용 또는 약용한다.

           한방에서는 의이인이라하여 건위, 이뇨, 진경, 진통에 사용하며 무사마귀 제거에 차로 마시면 효험이 있다. 

              부종, 신경통, 류마티즘에 약재로 쓴다. 생잎을 차 대용으로 쓰고 뿌리를 황달과 신경통에 쓴다.

           줄기에 달린 잎은 사료로도 쓴다.

작년 연천에 갔다가 수확이 끝난 율무밭의 쭉정이 몇개를 주워와서

올해 마당에 뿌려 보았습니다.

대여섯 개가 발아하여 쑥쑥 자라더니 키가 너무 커져버려서

꽃이라도 자세히 보려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율무는 한해살이풀임에도 키가 1.5~2m가 될 정도로 성장력이 무척 강한 식물입니다.

1078년(고려 문종32) 중국 송나라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진 율무는

임진왜란 때 왜장 가등청정이 일본으로 가져 갔다는 기록이 일본에 남아 있을 정도로

조선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그 약학적 효능에 대해서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친 서화담이 극찬할 정도로 예로부터 율무죽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았었나 봅니다.

콩과 함께 먹으면 근육량을 늘려주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 율무차는

카페인이나 탄닌도 없는 건강식품으로 요즈음 같이 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차랍니다. 

율무 꽃은 식물에는 비교적 흔하지 않은 암수딴꽃입니다.

가느다란 꽃자루 끝에 달리는 암꽃이 씨방과 함께 아래에 달리고

수꽃이삭은 꽃자루 끝 맨 위에 달립니다.

 

여기까지는 그리 신비로울게 없지만

이 구조에 율무의 신비로운 생존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무게가 더 무거운 수꽃이삭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처지고

딱딱한 엽포에 싸여 있는 암꽃에서 나온 두개의 암술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게다가 먼저 암술을 활짝 펼쳐 딴꽃의 가루받이를 하여 말라버린 후에야 비로서 수꽃을 피웁니다.

(사진 참조)

동일한 꽃대에서 나온 암술과 수술 사이의 화수분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율무의 생존전략이지요.

 

2~3cm길이의 솜털이 보송보송한 암술대는 날리는 꽃가루를 남김없이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그 거리상으로 수술머리에 앉은 매개곤충이 암술대에 앉을 이유가 없으므로

구조적으로도 다른 꽃의 수술에서 떨어지는 꽃가루를 받아 수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술꽃이삭이 가느다라 꽃줄기 끝에 달려서 미풍에도 꽃가루를 쉽게 비산시켜

매개곤충 없이도 가루받이 성공율을 높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스스로 순혈을 보전하여 발아율을 높이고 오랜 기간 생존에 용이하도록 하려는

율무의 생존전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율무 가을걷이를 했습니다.

대여섯개가 발아한 율무, 화분 한개의 면적에서 종이컵 한개 정도의 율무를 수확했네요.

논 200평 한마지기 기준으로 하면 소출량이 꽤 될 것 같네요.

대여섯개의 율무가 한 컵의 율무로 불어나는 기쁨

시세 여부에 관계 없이 그것이 농사짓는 사람들의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을 위해 율무차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중국산 수입을 지양하여 국내 율무의 시세가 좋아지는 날이 다시 오지는 않겠지요.

사람들이 율무를 즐겨 찾든 그렇지 않든

율무의 지혜로운 생존전략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니까...

 

<수꽃이삭이 채 피기도 전에 활짝 핀 암술대>

<율무의 수꽃이삭, 수꽃은 한창인데 암술대는 이미 말라버렸습니다.>

<율무 종자>

<율무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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