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불타는 정릉 계곡(단풍명소)

가루라 2014. 11. 10. 00:36

단풍은 어쩌자고 그리 붉게 타오르는 것일까!

북한산 정릉계곡에 불이 붙었습니다.

렌즈 경통을 타고 들어와 가슴 저 밑바닥에 지펴진 불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일행의 부름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셔터를 누르게 만듭니다.

자산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40년지기 고등학교 동창들 몇과 함께

그냥 옛날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은 그다지 높은 산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 정릉탐방안내소에서 영추사, 일선사, 대성문, 보국문을 돌아

다시 출발지로 내려오는 두세시간의 편안한 트래킹 코스가 그것입니다.

 

단풍에 대한 별다른 기대가 없이 찾았던 정릉계곡

정릉탐방안내소 주차장에서부터

지난주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단풍을 만납니다.

알고보면 자연은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우리가 그 때 그 자리를 찾지 않으면 볼 수가 없습니다.

설사 그것이 집근처의 공원일지라도 우리는 너무도 모르고 지나치며 살지요.

어쩌면 그것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달려야만 하는 인간의 치열한 삶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내달리다가 어느 순간 멈추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꼭 풍경이나 꽃 등의 아름다운 자연만이 아닙니다.

사람과 삶의 관계도 멈추어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면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나 봅니다.

왜 우리는 잠깐 멈춰서서 돌아볼 수 없는 것일까요?

한 갑자를 보내는 가을에 비로소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정작 다가올 추석과 추위를 걱정하는데

천진난만한 누이는 왜 떨어지는 골붉은 감잎에 오메 단풍들것다 탄성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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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화센터

곱게 물든 단풍

북한산정릉매표소 입구

정릉계곡의 단풍은 북한산정릉탐방안내소 입구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영추사에 오르는 길 정릉1교까지의 구간으로 청수폭포 주변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초록색 단풍잎이 연두색으로 노랑색으로 그리고 빨강으로 물드는 과정이

마치 한폭의 그림 속에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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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단풍 

주황색 단풍 

투명한 단풍 

물빛과 단풍 

노랗게 물든 참나무 잎과 빨강색 단풍 그리고 초록의 소나무 게다가 색상의 그라데이션까지

모두가 한데 어울리는 아름다운 가을 단풍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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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교 주변 

정릉1교 주변 

청수교 계곡 

영추사로 오르는 길에 만난 청설모

바위 위에 올라 앉아 단풍에 취한듯 내려다 보더니

제 아무리 단풍이 아름다운들 도토리를 먹는 맛만 못하나 봅니다.

청설모 

식사중인 청설모 

영추사에 오르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은 구간입니다.

짧은 급경사 구간을 오르면 형제봉 능선 아래 좁은 골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입니다.

불사공덕비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불자들이 초옥을 짓고 정진하던 터에 석탑만 남아있던 것을

반백년전에 불사를 지어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신 인도 영추산을 본 받아

영추사라 이름지었다 하네요.

지금까지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대웅전의 현판이 시선을 끕니다.

특이하게도 대웅전의 웅(雄)자를 수컷웅의 속자(䧺)로 각자 했네요.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전각으로 그 연조를 추정할 뿐

려말에서 조선 초기로 연대가 불분명하다는 영추사 5층석탑으로 사찰의 연원을 가늠해봅니다.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되었다는 5층석탑 표지판에 영취사(靈鷲寺)로 표기되어 있는데

어떤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추사, 영취사???  

 

영추사 아래 약수터의 쉼터에서 

영추사 오름 직전 

영추사로부터 잠깐의 오름 끝에 형제봉에서 넘어 오는 능선과 만납니다.

이곳에 이르면 정릉 골짜기가 한눈에 들고 칼바위능선 그리고 북한산 산성자락 일부가 보입니다.

북한산성 주능선 일부 

북한산성 자락과 칼바위 

대성문을 향해 가는 길

보현봉 자락에서 계절을 잊고 만개한 진달래를 봅니다.

어쩌다 한송이가 핀 것이 아니고

봄으로 착각한 것인지

온 몸으로 꽃을 피워내는 진달래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유실수는 어느 한 해에 특별히 많은 과일이 달리면 죽음을 예견한 것이라던데

이 진달래도 닥쳐올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이리도 처연한 봄 꽃을 가을에 피운 것일까요?

일행은 대성문에서 북한산 산성을 타고 보국문으로 향합니다.

대성문 앞 양지쪽에 개나리도 활짝 피어 있네요.

시절이 하수상하니 계절을 잊은 건 진달래만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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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문 

대성문 앞 개나리 

대남문쪽 산성능선 

칼바위의 산객들 

북한산 산성은 동장대를 지나 백운봉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그리 나쁘지 않은 날씨 덕분에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등 삼각산의 주봉과

노적봉, 염초봉, 원효봉이 한 눈에 듭니다.

오후 일정이 바쁜 친구를 위해 하산을 서두릅니다.

보국문에서 정릉탐방센터에 이르는 길은 길고도 지루한 길입니다.

자연석인 돌계단이 불규칙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자칫하면 발을 다칠 수도 있어서

이 길로 하산 시에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도 특히 조심 하여야 할 구간입니다.

다행히 하산길에 만나는 다채로운 단풍에 시선을 주다보니

어느덧 정릉탐방센터 입구에 다다릅니다.

투명한 듯 노란 색깔의 이 곳 참나무 단풍은 새삼스럽게 참나무를 다시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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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단풍 

하산길 참나무단풍 

하산길 단풍 

하산길 단풍 

단풍나무 색깔의 변화를 보면 내리막 길의 끝이 가까워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했는지 녹색과 붉은 색이 한데 어울려 있네요.

한쪽이 불타버린듯, 아니 초록의 단풍나무 한쪽이 이제 막 불타기 시작하는듯

햇빛이 만들어낸 나무의 그림자가 마치 야누스의 얼굴처럼 두  얼굴의 단풍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지역의 단풍 숲과는 달리 노란색으로 물든 단풍잎들이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때로는 밀리는 고속도로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 먼 산으로 단풍구경을 갈 수 없다면

도심 가까이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계곡을 즐길 수 있는 곳

지금 바로 시내버스에 몸을 실으면 갈 수 있는 정릉 골짜기로 달려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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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풍잎 

변색 중인 단풍 

단풍길 

<청수1교 위에서 담은 단풍계곡 초입 풍경>

북한산 정릉탐방안내소 가는 버스들

110A, 110B, 143, 162, 10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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