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얼어 붙은 호수

가루라 2016. 2. 10. 00:01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내수면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어민들도 힘든 한해였습니다.

다행히 남부지방은 겨우내 눈이 좀 내렸고

강설량의 증가로 인해 맨살을 드러내었던 호수의 물도

조금씩 불어나고 있습니다.

한여름 제 구실을 못하고

호수 밑바닥에 하릴없이 널부러져 있던 그물

반쯤 얼음에 갇혀있습니다.

한 때 펄떡이는 메기며, 잉어며, 가물치며 가득하던 어망

이제는 허공 중에 텅빈 속내를 드러낸채

반쯤 얼음 속에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물속 깊히 몸을 담그고

싱싱한 물고기들을 가득채운 그물로 돌아갈 날이 있겠지요.

얼어붙은 호수에 반쯤 잠겨있는 어망을 보며

우리 인간의 삶이 어쩔 수 없는 용도폐기에 이르렀을 때

이런 느낌일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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