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개나리

가루라 2016. 4. 7. 23:04

담장의 개나리

이웃과 우리집의 경계를 이루는 담장수

그러나 꽃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꽃을 내 것이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꽃을 보는 것은 온전히 그 사람의 몫인 것이지요.

이맘 때쯤 주변에 흔하디 흔한 개나리를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받아드리면 그 뿐

그것은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입니다.

담장수가 시야를 가린다고

또는 듬성듬성 솟아난 가지가 눈에 거스린다고

말끔하게 전정을 하는 것이야 주인의 몫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개나리의 눈부신 노란빛깔을

잃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 맘 때 개나리를 보는 사람은

개나리 꽃을 보는 것이지

나무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꽃을 피우는 개나리 입장에서 보면

꽃을 피우고 난 후

속성수의 본질에 맞게 키를 부쩍 키워보지만

길게 자란 가지들이 주인의 손길에 여지없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맞보아야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피움에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개나리의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유실수나 관엽식물이 아닌 관화식물은

인간의 관점과 목적에 의지하여

종속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혹시 내 삶이 그런 것은 아니었었는지...

 

은퇴한 후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면서

삶을 어떤 사물에 투영해 보거나

나름 관조해보는 버릇이 생겼나 봅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꽃은 꽃으로나 볼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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