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깽깽이풀 종자와 개미

가루라 2016. 6. 6. 00:40

깽깽이풀 종자가 벌어졌습니다.

항아리 모양의 뚜겅이 벗겨지면서

안에 있던 잘 익은 종자가 떨어져 나옵니다.

종자를 둘러 싸고 있는 하얀 덩어리는

개미들이 좋아하는 얼라이오좀(Elaiosome)입니다.

일종의 오일덩어리인 얼라이오좀은

개미의 애벌레를 먹여 살리는데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한 물질입니다.

그래서 깽깽이풀은 종자를 멀리 흩뿌릴 필요가 없습니다.

개미들이 종자를 물고 개미굴로 가져가서

얼라이오좀만 떼어 내고 종자를 개미굴의 쓰레기장에 버리기 때문에

깽깽이풀은 개미와 공생관계에 있는 셈이지지요.

<깽깽이풀 종자에 몰려든 개미들>

자신의 몸 일부를 내어주고 종을 번식시키는 나눔의 지혜

인간보다 더 고등식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집 마당에 사는 개미의 덩치로는

저 큰 종자를 땅 속으로 끌고 갈 수나 있을까 싶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본 깽깽이풀 주변에는

종자가 흔적도 없이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곰개미처럼 큰 덩치가 아니어도

불개미나 애집개미 정도의 작은 개미도

제 몸집의 몇배나 되는 종자를 물고 이동시키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나 봅니다.

부지런한 개미 덕분에 몇년 후면

이런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깽깽이풀을

마당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미 퇴치약을 뿌릴 수가 없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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