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풍경사진

인왕산에서 담은 서울 도심 야경

가루라 2018. 3. 5. 00:14

오랜만에 오후 늦은 시각 인왕산에 올랐습니다.

하늘의 구름이 좋아서

멋진 석양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요.

정작 정상에 올라보니

미세먼지인지 스모그인지

흐린 하늘에 지는 해를 뚜렷하게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하늘과 땅을 갈라 놓은 두꺼운 구름 사이로

마치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눈처럼

빨강게 빛나는 석양을 보았을 뿐...

기대에 만족할 수 없었던 석양이 아쉬운 것인지

인왕산 정상은 아직도 서성이는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기왕에 올랐던 길 야경이라도 담고 가자 했지만

야경 역시 짙은 스모그로 인해

깨끗한 사진은 얻을 수 없으리라 생각되었지요.

아쉬운 마음을 비우고 그래도 연신 셧터를 눌렀습니다.

마침내 하늘빛이 코발트블루로 변하더니

아래 사진처럼 비교적 산뜻한 사진이 만들어 집니다.

망원으로 당기면

여전히 옅은 스모그로 뿌연 사진이 되지만

10여년 전에는 한여름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인왕산 정상에서 형형색색의 불빛이 가득한 서울 도심을 보면

마음이 한없이 차분하고 편안해지곤 했었습니다.

이젠 그런 감정도 호사였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이탓일까요?

육십중반이 되니 예전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느낌과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애써 그 생각을 떨쳐버리려 해도

하산길까지 졸졸 따라 오는 것 같은 요즈음.

때때로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납니다.

지하철 안전유리에 비친 아버님의 모습을 대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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