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산으로 간 연꽃

가루라 2021. 7. 8. 00:54

#연꽃

연못이 아닌 산속 사찰에서 홍련을 만났다.

오래전에 작은 화분에 심은 홍련을 사서

돌절구에 넣어 키운 적이 있다.

홍련이든 백련이든

색깔에 관계없이 연꽃을 보면

왠지 마음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겨울이면 수반형의 화분을 꺼내어

동사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힘들어

결국 두 해만에 포기했다.

지금은 마당에 묻어 놓은 수조에서

노랑어리연만 키우고 있지만

이것 또한 겨울나기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연꽃에 붙여 지은 사자성어들 탓일까?

속세의 농민들 먹거리 수단이었던 연꽃도

출가했는지 산속의 절 마당에 피었다.

속세를 등진 스님들의 발원을

연꽃에 담고 싶은 것이리라.

요즈음 굳이 연지가 아니어도

대형 수조에 연꽃을 피우는 것으로 보는 것은

사찰마다 흔한 풍경이다.

 

처염상정(處染常淨) : 더러운 곳에 있어도 항상 깨끗함을 잃지 말기를

이제염오(離諸染汚) : 처염상정과 같은 의미

불여악구(不與惡俱) : 주변의 나쁜 것에 물들지 말기를

등등 연꽃의 속성에 빗대어

인간의 불완전한 심성을 사자성어로 구속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많은 사자성어들이 많이 있다.

어찌 인간이 완전하다면

그 많은 사자성어들이 경구처럼 떠돌까?

그래도 완전하지 못한 것이

더 인간적일 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떤 것이 삶의 도리인지 헛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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