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뒤늦게 올리는 내장산 단풍

가루라 2023. 1. 29. 02:22

42년 만에 다시 찾았던 내장산

고향 가는 길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어머님, 아버님 살아계셨을 때는

중간에 어디를 들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출발하면 지금 어디쯤이냐 계속 전화를 하셨으니...

별로 먼 거리가 아닌데도

아이들이 집에 온다 하면

지금 어디쯤 왔는지, 안전하게 오고 있는지

나조차도 걱정이 되니

장거리 운전을 하고 고향에 가는 내가

부모님은 걱정이 되셨음 직도 하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도 조금 늦었고

고속도로도 많이 밀려서

내장산공용터미널 근처에 도착한 시간도

오후 3시가 거의 다 되었다.

식당에서 점심을 부리나케 먹고 단풍터널을 향했다.

40여 년 전 동생들과 계곡에 텐트를 치고 자고

다음날 일찍 불영봉, 서래봉에 올라

능선을 따라 백양사로 넘어가려 했던 계획이

정상 능선을 가득 채운 인파로 인해

어두워진 산을 더듬어

금선계곡으로 간신히 내려왔던 기억이 새롭다.

역시 명불허전

늦은 시간임에도 계곡을 매운 사람들

절정에 달한 애기단풍을

차분히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라도 오르려면

서둘러야 했다.

케이블카의 마감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버스를 타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

그나마 조금은 좋은 선택이었었던 것 같다.

케이블카 탑승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계곡에 햇빛이 있어서

역광으로 빛나는 단풍들을 담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산속의 어스름은 빨리 온다.

서래봉, 불출봉 능선은 햇빛에 빛나고 있지만

계곡에는 벌써 햇빛이 사라지는 시간이다.

그런 속에서도 단풍은 이리 붉게 타고 있으니

햇발을 제대로 받으면

얼마나 붉었을 것인가!

아무리 잰걸음으로 걸어도

단풍사이로 전망대 정자만 보일 뿐

여전히 우화정도 지나지 못했다.

내장산의 상징인 우화정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우화정 주변에서 이리저리 구도를 잡아보는데

벌써 20분 가까이 지체되었다.

새벽에 일찍 출발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후회를 해보지만

인생이 그렇듯 늘 후회와 반성의 연속이다.

우화정 주변은 이미

빛이 사라졌다.

케이블카 탑승구역에 도착하니

마지막 탑승권을 팔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케이블카를 잡아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형형색색의 단풍들

그래서 내장산, 내장산 하는구나.

케이블카에서 내려

우화정이 있는 계곡을 내려다본다.

조망권은 좋지만

계곡이 북쪽을 향해 열려 있어서

일찍이 산그늘이 지는 것이 아쉽다.

전망대 정상에 서니

건너편에 서래봉의 암벽이 시원하게 보인다.

옛날에는 밧줄에 의지해서

위험한 봉우리를 올랐었는데

지금은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겠지?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높이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서일까?

겨우살이가 제법 많이 보이고

겨우살이를 먹여 살리느라

줄기 일부가 비대해진 참나무들이

특이하게 보인다.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품은 참나무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을까?

어둑해진 길을 따라 돌아오는 길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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