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드디어 핀 동백꽃

가루라 2024. 2. 2. 00:57

재작년 고향집에서 가져왔던 동백나무 네 그루

그중 하나에서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핀 동백꽃

백동백으로 생각하고 캐 온 것이었지만

예상밖으로 붉은색이다.

그것도 홑꽃이 아닌 것을 보니 일본동백이 아닐까 싶다.

뜰동백 종류일까?

품종은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

어린시절 자랐던 고향집 사랑채 앞 화단에는

아버님께서 키우시던 동백나무 두 그루가 있다.

내 어릴 때부터 있었으니

아마도 수령이 70년은 넘었을 듯싶다.

한그루는 적동백이고 다른 한그루는 백동백이다.

아버님 떠나시고 비어 있는 고향집이라

동백나무를 캐서 서울로 가져오고 싶지만

운반해 오는 것도 힘들겠지만

우리 집 마당에는 어울리지 않게 나무가 너무 크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열매가 떨어져 자란 어린 동백나무들을 캐서

두어 차례 서울로 가져와 마당에 심었었다.

여름 한철 잘 사나 싶었지만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어김없이 이듬해에 죽곤 해서 안타까웠었다.

고향에 있는 동생에게 부탁해서

어린 동백나무의 중동을 잘라 밑동을 굵게 만든 후

재작년 다시 네 그루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는 중동을 자르지 않은 가느다란 것이었다.

백동백 아래에서 두 그루를 캤으니

적어도 네 그루 중 하나는 백동백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화분에 심어서 겨울이면 실내에 들여놓았다.

예상과 달리 작년 9월 가느다랗던 동백나무에

꽃봉오리가 두 개 생기기 시작했다.

키가 너무 커서 철사걸이로 S자로 구부려

키를 낮출 수 있을 만큼 줄기가 가늘었던 것인데

예상치 못하게 꽃봉오리가 달린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월에 마침내 동백꽃 두 송이가 활짝 피었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다시 뵙는 듯 기쁜 마음에

고향에서 세 번째 가져온 동백이들은

잘 키워서 모두 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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