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고향집에서 가져왔던 동백나무 네 그루
그중 하나에서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핀 동백꽃
백동백으로 생각하고 캐 온 것이었지만
예상밖으로 붉은색이다.
그것도 홑꽃이 아닌 것을 보니 일본동백이 아닐까 싶다.
뜰동백 종류일까?
품종은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
어린시절 자랐던 고향집 사랑채 앞 화단에는
아버님께서 키우시던 동백나무 두 그루가 있다.
내 어릴 때부터 있었으니
아마도 수령이 70년은 넘었을 듯싶다.
한그루는 적동백이고 다른 한그루는 백동백이다.
아버님 떠나시고 비어 있는 고향집이라
동백나무를 캐서 서울로 가져오고 싶지만
운반해 오는 것도 힘들겠지만
우리 집 마당에는 어울리지 않게 나무가 너무 크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열매가 떨어져 자란 어린 동백나무들을 캐서
두어 차례 서울로 가져와 마당에 심었었다.
여름 한철 잘 사나 싶었지만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어김없이 이듬해에 죽곤 해서 안타까웠었다.
고향에 있는 동생에게 부탁해서
어린 동백나무의 중동을 잘라 밑동을 굵게 만든 후
재작년 다시 네 그루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는 중동을 자르지 않은 가느다란 것이었다.
백동백 아래에서 두 그루를 캤으니
적어도 네 그루 중 하나는 백동백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화분에 심어서 겨울이면 실내에 들여놓았다.
예상과 달리 작년 9월 가느다랗던 동백나무에
꽃봉오리가 두 개 생기기 시작했다.
키가 너무 커서 철사걸이로 S자로 구부려
키를 낮출 수 있을 만큼 줄기가 가늘었던 것인데
예상치 못하게 꽃봉오리가 달린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월에 마침내 동백꽃 두 송이가 활짝 피었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다시 뵙는 듯 기쁜 마음에
고향에서 세 번째 가져온 동백이들은
잘 키워서 모두 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