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뚱딴지 이야기

가루라 2024. 2. 15. 01:34

어린 시절에 불렀던 이름은 돼지감자

노란 꽃이 예뻐서 요즈음 화초로도 많이 심는 뚱딴지

어린 시절 고향집 사랑채 앞 화단 한편에는

키가 나보다 훨씬 큰 돼지감자가 있었다.

아버님께서는 가을이면 알뿌리를 캐서

돼지에게 주곤 하셨다.

당시에 캤었던 알뿌리는 달리아 뿌리처럼 컸어서

 요즈음 보는 뚱딴지와는 다른 종이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잎과 꽃은 전혀 감자 같지 않은데

뚱딴지 같이 감자를 닮은 뿌리가 나온다고

붙여졌다는 이름은 다분히 해학적이다.

돼지 사료로 썼던 그 뚱딴지를

요즈음 약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몇 년 전 조부모님 제사에 참사하러 오신 숙부님께서

직접 기르신 뚱딴지를 한 상자 주시고 가셨다.

쪄먹기도 하고

장조림으로 먹어도 좋다 하셔서

어린 시절 돼지 사료로 주었던 생각에

조금은 찝찝하기도 했지만

먹어보니 전혀 예상과 달랐다.

특히 얇게 잘라서 장조림으로 만들어 놓으니

아삭한 식감도 좋아서

출가한 아이들 내외도 좋아했다.

작년 가을 고향에 갔던 길에

비어있는 텃밭에 자라는 뚱딴지를 캤지만

줄기는 빽빽하게 자랐는데

전혀 밑이 들지 않았다.

이것도 작물이라고 잡초제거를 안 하고 두었더니

전혀 알뿌리를 키우지 못한 것이다.

꽃으로 보는 화초라면 관계없겠지만

혹시라도 알뿌리를 캐 먹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잡초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 농사인 셈이다.

그래서 농사는 절대 거저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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