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버들강아지 움트는 봄

가루라 2024. 3. 25. 01:06

옛날에는 주변에서 이른 봄에 피는 화초를

특별히 볼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개울가의 버들강아지가 움트면

봄이라 했다.

꽃송이가 보송보송한 솜털로 둘러싸여서

마치 강아지풀 꽃송이처럼 보여서

버들강아지라 불렀지만

그것이 갯버들이라는 것은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의 일이다. 

특별한 놀이기구나 장난감이 없었던 60년대

시골 아이들은 그저 몸을 쓰며 뛰는 것이 놀이였었다.

그렇게 뛰어다니다 목이 마르면

개울가의 버들강아지를 한 움큼씩 따서

입에 넣고 씹으면 입안에 고이는 즙액으로 갈증을 해소했었다.

그리고는 버들가지를 꺾어서

굵은쪽 줄기의 수피를 세 갈래로 찢어 조금 벗긴 후

줄기에 감아 손가락으로 쥐고

다른 손으로 줄기를 돌렸다.

물이 오른 개버들 줄기는

속 가지와 겉 수피가 쉽게 분리되었고

분리된 원통형 수피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한쪽 끝의 겉껍질을 벗기면

얇은 속 수피가 남아서 떨림판이 되었다.

원통형 수피의 중간에

두세개의 동그란 구멍을 뚫으면 완성되는 버들피리

구멍을 뚫지 않으면

간단하고 단순한 한 가지 음색의 소리가 났다.

굵은 줄기를 벗기면 낮고 굵은 소리가

가는 줄기를 벗겨서 만들면

가늘고 높은 소리가 나는 버들피리

요즘 시골에는 아이들도 없고

도심의 아이들은 갯버들을 보기 힘드니

버들피리를 만들어 본 아이들이 있을까?

먼 훗날 백과사전에서나 찾을 수 있을 버들피리

추억의 버들피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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